향긋한 시나몬과 흑설탕 호두 건포도가 들어가는 시나몬 롤은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빵이다. 우리밀과 우유를 넣고 1차 발효를 마친 반죽을 밀대로 민다. 넓게 편 반죽에 필링(속 재료)을 얹고는 김밥 말듯 돌돌 말아 균일한 두께로 9등분한다. 롤빵을 구울 때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영화 ‘카모메 식당’과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아들의 생일을 앞두고 그녀는 케이크를 주문해 두었다. 생일 오후에 아들은 차에 치여 입원하고 의식이 없는 아들의 병실을 지키다 부부는 교대로 잠깐씩 집에 다녀온다. 그 사흘 동안 빵집 주인은 계속 그 집으로 전화를 걸어 케이크를 잊은 거냐며 메시지를 남긴다. 아들은 죽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아무런 사실도 알 리 없는 그 빵집 주인의 항의 전화를 받고는 분노에 휩싸인 채로 한밤에 빵집을 찾아간다. 마침내 그 부부에게 생긴 슬픔을 알게 된 빵집 주인은 위협하듯 손에 들고 있던 밀대를 내려놓고 말한다. “갓 구운 롤빵이라도 좀 드셨으면 싶은데. 드시고 살아내셔야죠. 이럴 땐 먹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거든요.” 갑자기 허기를 느낀 부부는 빵집 주인이 막 오븐에서 꺼낸 따뜻하고 달콤한 시나몬 롤빵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아침이 될 때까지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때때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갓 구운 빵을 나눠 먹고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지금보다는 관심을 갖는 일들. 그 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더 나은 생각은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 자, 시나몬 롤이 지금 막 구워졌고 가능한 한 여러 명과 이 소박한 풍미 속에 잠겨 있고 싶다. 매일매일 믿지 못할 일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은 잠시나마 그런 위로의 시간도, 어쩌면 필요하지 않을까.
조경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