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가 안내하는 ‘파리의 산책로’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쇼핑몰을 재현한 방.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등장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돔 형태 쇼핑몰이다. 쇼윈도에는 커다란 코끼리 상, 도자기, 승마용품 등이 눈길을 끈다. 에르메스 제공
복잡한 일상에 지친 도시인을 위한 ‘파리의 산책로’가 서울에 등장했다. 프랑스 럭셔리 패션하우스 에르메스가 안내하는 산책로다. 에르메스는 19일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디뮤지엄에 ‘원더랜드―파리지앵의 산책’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19세기의 광장. 광고 기둥과 가로등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천장은 과거, 바닥은 미래를 상징한다.
브뤼노 고디숑 큐레이터
―파리지앵의 산책이 서울에 와서 달라진 점이 있나.
“3가지가 달라졌다. 첫째, 서울 전시는 좀더 인터액티브해졌다. 모든 관람객에게 지팡이를 준다. 지팡이에는 편광렌즈가 달려 있다. 전시 곳곳에 숨어 있는 동그란 화면에 렌즈를 대면 렌즈를 통해서 영상을 볼 수 있다.
지팡이 끝에 달린 편광렌즈로 보면 안보이던 영상이 보인다.
셋째는 디뮤지엄의 복층 구조에 맞게 곳곳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층계로 올라가는 부분에 몽마르트르 언덕 주변을 형상화한 그림을 넣었다.”
―렌즈가 달린 지팡이는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전시에서도 지팡이가 눈에 띈다. 프랑스인에게 지팡이는 무엇인가.
“지팡이는 19세기 교양 있는 남성의 액세서리였다. 산책에 없어서는 안 될 세련된 오브제다. 지팡이마다 손잡이에 주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조각이 있었다.
우산 끝 고인 물 웅덩이는 사실 디지털 디스플레이다. 이 방의 이름은 ‘비 온 후(After The Rain)’.
“파리에서는 일상적인 말이다. 느긋하게 산책을 하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파리의 노천 카페. 각 테이블 위를 눈여겨 보면 재미있다. 갖가지 직업을 가진 산책가들이 두고간 물건들이 놓여 있다. 에르메스 제공
느긋하게 걷다보면 관찰자가 되기도 하고,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전시 중에 19세기에 처음 등장한 파리의 광고 기둥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전시가 있다. 가로등도 거꾸로 있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과거와 현재, 소장품과 디지털이 어우러진 게 눈에 띈다.
“산책은 움직임이니 그런 모습을 디지털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디지털을 떠올렸다. 19세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영상 미디어를 통해 현재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시에서 본 벤치 옆에 놓인 우산, 그 밑에 물이 괴어 있다. 그 물웅덩이는 사실 디지털 디스프레이다. 맑게 갠 하늘과 날아가는 새가 간간히 보인다.)
―요즘 한국인들은 스트레스에 빠져 있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가 뭘 느꼈으면 하는가.
“뭘 봐야지라는 생각보다 여정을 따라가다 문득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전시를 보다 보면 ‘도시에서도 즐거운 산책이 가능하구나’란 생각이 들 것이다.” (에르메스의 ‘원더랜드―파리지앵의 산책’은 무료 전시다. 연령 제한도 없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