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가는 립라커 실험기
1. 에뛰드하우스 ‘키스라스팅 틴트’2. 샤넬 ‘루쥬 알뤼르 잉크’3. 립잉크 ‘립 스테인’
화장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경 쓰는 문제가 있다.
밥을 먹고 입을 닦을 때 냅킨에 묻어나는 립스틱. 립 라인 바깥으로 번진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물컵에 묻은 벌건 입술 자국. 눈에 거슬리지만 닦아도 잘 안 지워진다. 요즘 유행하는 진한 컬러일수록 더 그렇다. 지워지거나 묻어나지 않는 지속력 강한 립제품을 찾게 되는 이유다.
올가을 새로 나온 립제품들의 키워드도 바로 지속력이다. 샤넬 립잉크, 입생로랑 바이닐 크림 틴트, 조르지오 아르마니 립 마그넷 등 ‘품절대란’을 일으킨 신제품 모두 기존 틴트에서 지속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결국 틴트는 틴트일 뿐. 딱히 닦아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날아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지속력을 위해서는 노력이 좀 필요하다. 제품 한쪽 끝의 틴트를 바르고, 말리고, 그 위에 다른 쪽 끝의 투명 립글로스를 발라야 한다. 틴트를 바르면 엄청난 발색과 함께 마치 본드처럼 착 입혀진다. ‘음음’ 하고 입술을 마주대면 들러붙을 정도. 그 위에 투명 립글로스를 발라야 들러붙지 않는다.
키스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지속력은 확실히 강했다. 컵에는 거의 묻어나지 않고, 밥을 먹으면 겉에 있는 투명 립글로스만 살짝 지워지는 정도. 다만 냅킨으로 입을 닦을 때 입술도 함께 문지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휴지가 스친 부분에 ‘구멍’이 나서 수정을 해야 했다.
꽤 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뭔가 좀 부족했다. 그때 인터넷에서 바로 ‘립잉크’라는 미국 브랜드에서 내놓은 ‘물건’을 만났다. 면 요리를 먹어도, 삼겹살을 먹어도, 심지어 입술을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간증에 가까운 후기.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미국 아마존에서 배송 대행으로 구매하는 수고를 들이고야 말았다.
역시 바르는 과정은 복잡하다. 함께 판매하는 립모이스쳐라이저를 바른 뒤 물 같은 립스테인을 세 차례 반복해 발라야 완벽한 지속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입술에 바르자 후기에서 본 경고대로 화학약품을 바르는 것 같은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냄새도 좋게 말하면 티트리 오일, 나쁘게 말하면 소독약 냄새가 난다. 꾹 참고 세 차례 덧바른 뒤 완벽히 말리고 위에 투명 립글로스를 발랐다.
그래서 지금 이들 제품을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냐면 사실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두 제품 다 발색이 너무 좋아 꼼꼼하게 발라야 한다. 바쁜 아침에 실수라도 하면…. 립글로스나 립밤으로 보습을 계속하지 않으면 입술이 말라붙으며 주름이 많이 진다. 바쁠 때는 그마저 잊어버려 각질이 일어난 입술로 퇴근하기 일쑤다.
결국 다시 수정 메이크업의 무간지옥을 감내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수정을 해야 립 제품도 빨리 줄어들고. 그래야 새 걸 또 사지….”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