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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FA’ LG 정성훈-kt 이진영, 부럽고도 안타까운 이유

입력 | 2016-11-23 17:32:00

LG 내야수 정성훈, kt 외야수 이진영. 동아일보DB


프로야구 선수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다.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뒤 신인 지명 회의(드래프트)를 통해 자신을 선택한 팀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선수가 구단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9시즌을 꾸준히 치르면(대졸 선수는 8시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자유계약선수, 즉 FA가 되면 드디어 선수가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택할 수 있다. 한국 구단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구단으로도 갈 수 있다. 긴 기다림 끝에 얻은 소중한 권리이니만큼 FA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LG 내야수 정성훈(36)과 kt 외야수 이진영(36)은 행운아다.

1999년 각각 해태(현 KIA)와 쌍방울(현 SK)에 입단한 둘은 2008시즌이 지난 뒤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나란히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FA 자격 재취득 기간인 4년을 꼬박 채운 2012시즌 후엔 다시 한 번 FA 권리를 행사했다. 둘은 모두 4년간 34억 원을 받기로 하고 LG에 잔류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흘렀고, 이들은 세 번째 FA가 됐다. 남들은 평생 한 번 잡기도 힘든 FA 자격을 세 번이나 얻은 것이다. 두 선수 모두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 구단에 입단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를 통해 병역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3번째 FA 권리를 행사한 것은 한화 포수 조인성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올해까지 LG 유니폼을 입은 정성훈과 지난해 kt로 이적한 이진영은 팬들 사이에서 '모범 FA'로 불린다. 대형 FA 계약을 하고도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선수가 적지 않지만 이들은 지난 8년간 매년 꾸준한 활약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4년만 봐도 정성훈은 2015년을 제외하고 3시즌이나 3할 타율을 쳤다. 이진영 역시 부상으로 2할 대에 머물렀던 2015년을 빼곤 모두 3할 이상에 6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3번째 FA가 된 올해는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다르다. 30대 초반이던 4년 전만 해도 이들은 다른 구단들의 러브 콜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원 소속 구단이 아니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FA를 영입하려는 팀은 선수의 과거 성적보다는 미래 가치를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이들 정도의 실력이면 지금도 어느 팀에 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데려가는 팀은 유망주를 보상 선수로 내줘야 한다.

수요가 줄었으니 가치가 떨어진 것은 당연하다. 정성훈은 LG와 계약연수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성훈은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위해 3년 계약을 요구하는 반면 구단은 해마다 계약을 경신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진영 역시 계약연수에 대한 이견으로 kt와의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돈 얘기는 아직 꺼내지도 못했다. 이들로선 차가와진 날씨와 함께 세월의 스산함을 느낄 만하다.

스스로는 지금의 상황이 서글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야구 인생을 살아 왔다. 2시즌만 더 뛰면 프로야구 선수로만 20시즌을 채울 수 있다. 실력은 물론 건강과 행운까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의 야구 인생은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다. 이제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선수들도, 그리고 구단도 한 발 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