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고향에선]
전남 진도에서 농사를 짓는 곽영진 씨(왼쪽) 부부는 9일 진도군인재육성장학금과 문화진흥기금으로 1억 원 씩, 모두 2억 원을 진도군에 기탁했다. 진도군 제공
전남 진도에서 쌀과 대파 농사를 짓는 곽영진(65), 이윤덕 씨(65) 부부는 9일 진도군청을 찾았다. 부부는 진도군인재육성장학회와 문화진흥기금에 1억 원씩, 총 2억 원을 기부한다는 약정서를 이동진 군수에게 전달했다. 이 군수는 “두 분의 소중한 뜻이 빛을 발하도록 지역인재 육성 사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도가 고향인 곽 씨는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가난을 견디지 못하고 열일곱에 무작정 상경해 막노동, 날품팔이, 노점상 등을 하면서 꼭 성공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서울 생활 26년 만에 상가를 마련하는 등 자수성가한 뒤 1994년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낙향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억대 부농의 꿈도 이뤘다. 곽 씨는 “남모르게 하려 했는데 많은 분들이 환대해줘 쑥스럽다”며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릴레이 기부’ 진도의 기적
장학회가 지역 꿈나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은 주민들의 십시일반 정성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녹수계(綠樹契) 회원들은 장학회에 1655만 원을 기탁했다. 녹수계는 1965년 농민과 예술가, 이장 등 진도 출신 청년회원 135명이 주축이 돼 결성한 친목단체. 이들은 창립총회 당시 한 달에 100원씩 회비를 적립해 2년 동안 40만 원을 모아 50년 뒤에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그때 모금한 장학금 40만 원에 50년 동안 이자 수입이 더해져 1655만 원이 됐다. 이태욱 녹수계 이사장(77)은 “지금은 회원이 30여 명밖에 안 되지만 50년 전 약속을 지켜 모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폐지를 모아 기탁한 할아버지, 환경클린운동 시상금 일부를 기탁한 주민들, 바자회 수익금을 기탁한 부녀회원, 돌잔치 대신 장학금을 기부한 진도군립민속예술단 부부단원, 신비의 바닷길 축제에 왔다가 장학금을 낸 일본인 관광객 등 특별한 사연들이 104억 원의 장학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장학회 후원회원 1만 명 모집
진도군인재육성장학회는 지금까지 초중고교생, 대학생 1338명에게 장학금 20억4220만 원을 지급했다. 명문학교 육성 사업의 하나로 매년 2억 원을 지원하고 7개 중학교에서 성적이 상위 20%인 학생이 지역 내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면 1000만 원씩을 주고 있다. 서울대 등 5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평균 C학점 이상이면 150만 원을 준다.
진도군은 장학회를 더욱 살찌게 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정기 후원회원 1만 명 모집에 나섰다. 저금리로 100억 원의 연간 이자수입이 1억5000만 원밖에 안 돼 안정적인 기금 운용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23일 현재 528명을 모집한 가운데 2020년까지 1만 명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후원 금액은 계좌당 매월 1만 원 이상이다. 약정 금액을 정해 장학회 사무국을 방문하거나 우편을 통해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된다. 장학회는 지난달 ‘문화예술제’와 ‘제28회 전남생활체육대축전’ 등 행사장에서 홍보 부스를 마련하고 재경향우회를 방문하는 등 후원회원 모집에 열성을 쏟고 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