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카레로 출발… 육개장에 비빔밥까지
충북 음성군 원남면 신세계푸드음성식품가공센터에서 이마트가 유명 맛집과 제휴해 내놓은 간편가정식 갈비탕을 생산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일상에서 간편가정식을 찾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조 씨와 같은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의 증가다. 그들은 요리할 시간도 부족하고 식재료를 일일이 사서 조리를 하는 게 비용 면에서도 싸지 않다. 그렇다고 인스턴트식품 등으로 배를 채우기는 싫은 이들에게 간편가정식은 제격이다.
23일 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간편가정식 시장(라면 제외) 규모는 올해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7700억 원 정도였던 2010년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간편가정식은 식품 분야에서 규모 자체가 확대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에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간편가정식의 진화
국내 간편가정식의 시초는 1981년 오뚜기가 내놓은 ‘3분 카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편리성 때문에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한 끼 식사로는 부족했다. 직접 요리를 했을 때와 비교해 건더기 양이 적었다. 소비자들은 바쁠 때 한 끼를 때우는 용도로 3분 요리를 활용했다.
간편가정식 시장은 2000년대 후반 아워홈 등 일부 식품회사가 육개장이나 갈비탕 같은 탕 요리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한 단계 진화했다. 시장이 커진 결정적 계기는 2013년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가 고급 간편가정식을 표방하며 ‘피코크’ 브랜드를 선보인 것이다. 피코크는 지역 맛집들과 협업해 ‘남원 추어탕’ ‘초마 짬뽕’ 등 외식 메뉴들을 간편가정식으로 만들었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간편가정식 종류를 보면 거의 모든 집밥 및 외식 메뉴가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첨단 기술도 적용
간편가정식 시장이 커지면서 맛도 좋아졌다. 업체들은 요리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동원한다. 간편가정식 제조 기술의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생선요리다. 생선은 비린내로 장기간 보관이 쉽지 않다. 살이 잘 부스러져서 간편가정식으로는 어렵다고 여겨졌다. 동태탕 대구탕 등을 간편가정식으로 만드는 아워홈은 소금물에 생선을 해동시켜 비린 맛을 억제한다. 소금물 해동은 나트륨과 닿으면 단단해지는 단백질의 특성 때문에 살의 탄력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올해 생선구이를 간편가정식으로 만든 동원산업은 황토로 만든 작은 공들이 생선 핏물을 흡수해 독성을 없애는 특허 기술을 이용했다.
○ 백화점까지 뛰어들어
롯데백화점은 22일 유명 음식점과 제휴해 35가지의 간편가정식을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식품회사, 대형마트에 이어 백화점까지 간편가정식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현대백화점도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간편가정식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대형마트가 없는 만큼 고가 간편식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