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
특검의 수사 대상은 광범위하다. 최순실 등의 국정 개입 의혹,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의 국가기밀 누설, 정부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여 의혹, 최순실 일가의 각종 이권 개입 의혹 등 14가지에 이른다. 특검팀은 특별검사 1명, 특별검사보 4명, 파견검사 20명, 특별수사관 40명 등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간은 준비기간 20일, 본조사 70일, 1회에 한하여 30일간 조사를 연장할 경우 최장 120일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특별검사의 임명이다.
먼저 특검 후보 선정은 원내교섭단체 중 여당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합의로 2명의 후보자를 선정하여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한다. 물론 후보자 자격은 15년 이상 판검사 직에 있던 변호사 중에서라야 한다. 야당의 추천을 받으면 대통령이 3일 이내에 그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한다. 특검이 밝혀야 할 사건들은 모두 대통령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직접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진행되어 온 검찰 수사에서 문제의 당사자들 모두 입을 모아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실정이다 보니, 특검의 칼날은 대통령을 정조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병우 사단이라는 의혹을 받아 온 검찰 수뇌부가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박 대통령에게 초강수를 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이 초호화판 특검이라 하더라도 그 이상의 결과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더구나 언론은 연일 30, 40여 년 모든 사생활의 먼지까지 털고 있는 데다 국회에서 특검과 병행하여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전방위 국정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특검 수사가 한껏 기대치가 올라간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 염려된다.
미국과 다른 우리나라 법 현실에서 사실 특검은 실제 국력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 근시안적인 정치놀음에 동원된 사물놀이 한판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의 해법은 지금처럼 검찰이 국민의 편에 서서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수사권을 엄정하게 행사하는 데 있었다. 권력의 정상도 법의 지배 아래 있으며, 대통령도 법 앞에 평등한 대접을 받는다는 의식을 검찰이 국민들에게 진작 심어 주었더라면, 미진한 수사에 속빈 특검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날 리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현 시점에서 특검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와 보기에도 민망한 언론의 보도 경쟁도 계속되겠지만. 기왕에 발을 내디딘 특검이라면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검찰 수사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키로 한 돌발 상황에서 특검 수사의 일거수일투족이 대통령의 탄핵 절차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정치적 의미를 지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중요한 점은 특검 스스로 정치적 당파성이나 논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공정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야당만의 추천에서 출발한 특검이 이 점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태생적인 취약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특검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최근 추악해진 정치판을 품격 있는 정치로 되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권력의 측근에 빌붙은 몇몇 사람들의 저열한 행태가 국격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더라도 그것을 수습해 나가는 절차와 과정이 정의와 인권 이념에 합치한다면 우리의 국격은 더욱 품위 있게 우뚝 서리라 기대한다. 제발 저 한풀이식 정치의 마녀사냥에 같이 놀아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