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김무성 불출마선언’ 엇갈린 셈법 野일각 “탄핵-개헌 맞교환하자는 것”… 문재인 “헌법에 무슨 죄가 있나” 민주 비주류는 개헌논의 긍정적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23일 대선 불출마 선언이 야권을 격동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향후 정국에 개헌과 제3지대 정계개편이라는 복합 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야권의 셈법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탄핵, 그린라이트?
전날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여권에서 확실하게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사람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용태 의원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여권 비박(비박근혜)계의 이탈 표를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 文 측, 安 측 “내년 개헌 쉽지 않을 것”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은 탄핵과 개헌을 바터(물물교환)하자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탄핵이 국회에서 매듭지어지면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속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주류 측은 개헌론이 마뜩하지 않다. “지금 개헌은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인 문 전 대표는 이날 숙명여대에서 “어떤 분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왕적 통제를 하고 있어 폐단이라고 한다”면서 “그런데 헌법이 무슨 죄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개헌이 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민심은 박 대통령 퇴진과 함께 ‘빅 체인지(큰 변화)’를 바라는데 그 변화의 대상인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집권 고지가 눈앞인데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있다.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을 주장해온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진영도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최원식 국민소통본부장은 “차기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다는 것과 내년에 개헌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 민주 주류 “민심, 제3지대 용납할까”
민주당 비주류 측은 “사람이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며 개헌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한 초선 의원도 “탄핵이 헌재로 넘어가면 국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촛불 민심은 기존 한국의 시스템 자체를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것은 개헌”이라고 주장했다.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가 구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 주류 측은 새누리당 비박계와 야권 개헌파가 함께하는 제3지대는 힘들다고 본다. 당 대표 특보단 최재성 전 의원은 “촛불 민심만 없다면 제3지대는 그럴듯하다”며 “하지만 국민이 사실상 ‘새누리 연합’에 정권을 맡기겠는가”라고 회의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도 “새누리당 김 전 대표와 비박계가 탈당해도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어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안 전 대표와 이들이 개헌을 매개로 한 대선 연대는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제3지대의 홀로 서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