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 스포츠부 차장
많은 이들이 김연아가 불굴의 의지로 마침내 성공하는 모습에 그들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을 것이고, 또한 김연아의 쉼 없는 노력이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 자신이 살아가며 발휘해야 할 많은 노력과 의지에 대한 믿음을 키웠을 것이다. 노력과 의지로 삶의 불확실성을 통과하고 마침내 성공할 수 있다는 이러한 믿음이야말로 희망이라는 이름의 다른 표현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김연아 개인의 노력과 성취가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최근 김연아가 박 대통령이 참석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가지 않아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연아가 이날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자신은 그 행사에 대해 몰랐고 불이익을 당한 적도 없다고 밝히기 전까지 많은 팬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최순실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노력과 성실이라는 덕목이 정당하게 꿈을 이루어줄 수 있을 것인지를 의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연아는 거위의 꿈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실체적 존재이다. 김연아 외에도 많은 스포츠 스타들은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권으로서는 이러한 스타들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팬들이 김연아가 정권의 그런 의도에 이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오히려 좋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 정권과 팬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흙수저’도 아니고 ‘무수저’라고 자처했던 이정현 대표도 거위의 꿈을 이야기해 왔다. 지역주의 타파와 새로운 정치혁명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노래를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위기에 몰려 있다. 그가 이끄는 새누리당과 그가 앞장서 보호하고 있는 현 정권은 오히려 수많은 거위의 꿈을 방해하는 세력으로 지탄받고 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그가 대다수 국민을 위하지 않고 소수의 권력 핵심만을 위하며 민심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인식을 심어 줬기 때문이다.
그가 대의를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가 말했던 거위의 꿈은 한낱 개인의 출세욕에 지나지 않았다는 후세의 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원홍 스포츠부 차장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