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공식 체결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 정부를 대표해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후 협정은 양국 정부 간 서면 통보를 거쳐 발효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2년에 추진됐던 협정 문안과 일부 용어를 제외하고 거의 내용이 같다”고 말했다.
협정 체결로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정보를 직접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2014년 말 체결한 한미일 3국 북한 핵미사일 정보공유 약정에 따라 미국을 거쳐서 공유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의 대북 정보까지 활용함으로써 초를 다투는 북한의 기습도발에 더 신속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기자들, 한일정보협정 서명식 비공개에 카메라 내려놓고 항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서명식이 이뤄진 23일 협정안에 서명하기 위해 국방부 청사로 들어오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옆으로 국내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두 줄로 서 있다. 국방부가 이날 “한일 간 합의사항”이라며 협정 서명식 현장을 비공개하겠다고 통보하자 사진기자들은 “역사적인 서명식을 밀실에서 진행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항의한 것이다. 공개 요청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진기자들은 항의의 표시로 나가미네 대사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일렬로 서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사진공동취재단
군 당국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의 한 장관 해임 건의안 강행 등 파장을 주시하면서 협정 체결의 안보적 필요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협정 체결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23일 미야기(宮城) 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GSOMIA 체결 소식을 듣고 기자들에게 “한일 정부 간 더 원활하고 신속한 안보 관련 정보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 언론도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NHK는 “(미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 공유의 질과 속도가 향상돼 북한 도발 대응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의 레이더와 정찰기에 의한 정보, 그리고 한국이 탈북자 등을 통해 인적으로 수집한 기밀정보를 제공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