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1순위 프로농구 SK 최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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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은 최준용(22)의 활약은 신인 가운데 발군이다. 데뷔 첫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23일까지 경기당 평균 32분 34초를 뛰며 9.5득점, 9.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은 신인 중에서 1위, 리바운드는 국내 선수 중에서 1위다. 오세근(KGC), 이승현(오리온), 김주성(동부) 등 앞선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힌 스타들을 앞선다. 문경은 SK 감독이 “기대 이상”이라며 엄지를 치켜드는 이유다.
최준용이 2순위가 된 것은 ‘몇십 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한 재목’으로 평가받는 이종현(모비스)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종현은 발등 부상으로 출전조차 못하고 있다. 12월 말 복귀가 예상됐지만 최근 검사에서 내년 2월 중순은 돼야 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전체 6라운드 중 5라운드가 열릴 때다. 신인왕 후보가 되려면 27경기(3라운드) 이상 출전해야만 해 이종현은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없다. ‘이종현이 빠져 경쟁이 수월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준용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최준용과 이종현은 경복고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절친’이 됐다. 학교에서 함께 고려대에 갈 것을 권했지만 최준용은 애초 결정을 뒤집고 연세대로 발길을 돌렸다.
“어머니가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연세대 팬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 얘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세대 입학이 꿈이 된 거죠. 고려대와는 네 차례 정기전에서 1무 3패로 뒤졌고 대학리그 결승에서도 올해 처음 이기는 등 열세였던 게 분하지만 제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겉보기에 최준용의 성격은 활달하다. 말도 많고 장난도 심하다. ‘놀기를 좋아한다’ ‘음주가무를 즐긴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오해예요. 술은 잘 못하고, 여자들과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술자리 있으면 잘 어울리고 노니까 그런 얘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조금 억울하지만 신경은 쓰지 않아요. 원래 다른 사람 눈치를 별로 안 보거든요. 스스로 당당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은 해야 직성이 풀려요. 남들 얘기에 흔들리고 싶지는 않아요. 한번 흔들리면 한없이 흔들리는 게 사람이니까요.”
회원초와 마산동중을 거쳐 경복고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그의 키는 185cm 정도였다. 지금은 200cm다. 선수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큰 키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중고교 시절 롤모델이 김선형(SK) 형과 김태술(삼성) 형이었어요. 형들처럼 멋진 포인트 가드가 되고 싶었는데 키가 너무 크는 바람에 그 꿈을 못 이뤄 아쉽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팀이 맡겨준 일을 잘하는 게 단체 종목 선수의 역할이니까요. 대학 때처럼 슛도 많이 쏘고 싶지만 꾹 참고 리바운드와 수비에 집중해야죠. 하하.”
인터뷰 내내 그는 ‘농구는 팀 스포츠’라는 점을 강조했다. 팀이 졌는데 자기는 잘했다고 무덤덤하면 개인 종목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도 했다.
“신인왕 경쟁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팀 성적이 별로인데 신인왕이 된다면 별로 기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기는 팀의 선수’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종현이보다 낫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서로 잘했으면 좋겠어요. 3순위로 뽑힌 강상재(전자랜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야 저희가 ‘황금세대’였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종현이든 누구든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고 싶어요. 거기서 이기는 팀의 선수가 진정한 승자죠.”
“아! 그렇죠. 그래서 저도 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누가 해 주겠어요?”
최준용은 23일 삼성전에서 개인 최다인 25득점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지만 팀은 78-83으로 졌다. 삼성은 팀 안방경기 최다인 10연승을 달렸다.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