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4년 반 교육과정 ‘REP’… 공학-경영학 동시에 가르친다

입력 | 2016-11-24 03:00:00

[청년이 희망이다]창업가 키우는 글로벌 공대




▲난양이공대의 상징 건물인 ‘러닝허브’

 러닝허브(Learning hub).

 싱가포르 난양이공대(NTU) 캠퍼스에 들어서자 2015년 세워진 명물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를 디자인한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46)의 작품으로 타원형 교실이 겹겹이 쌓여 올라가며 중앙 정원을 둘러싸는 형태다. 직선과 직각으로 이뤄진 빌딩의 고정관념을 깬 외관은 창의와 혁신을 추구하는 젊은 대학 NTU의 상징이다.

 이 대학에서 창업 교육을 담당하는 난양기술기업가(Technopreneurship)센터 로비에는 ‘기업가 정신 교육을 통해 인류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자’란 모토가 붙어 있다. 옆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걸려 있다.

 대학 당국자가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와 경쟁할 수 있는 창업가를 배출하겠다는 NTU의 의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미래에는 실리콘밸리가 싱가포르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걸어 놓게 될 것이다.” 해외 스타트업들의 ‘러닝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다.
 


 
○ 르네상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REP)

난양이공대(NTU)는 공대생들이 구상 중인 제품이나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이노베이션 개라지’란 제품 개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와 빨래 수거용 드론 등이 개발됐다. 제품 개발과 실험에 관심이 많은 이 대학 공대생들 사이에서 이노베이션 개라지는 ‘놀이터’로도 불린다. 난양이공대 제공

 싱가포르국립대(NUS)와 함께 싱가포르의 양대 명문대인 NTU는 1991년 개교해 창업 교육의 역사가 서구 유명 대학은 물론이고 1905년 개교한 경쟁 대학 NUS보다 훨씬 짧다. 그런 NTU의 창업 교육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비결은 2011년 개설된 ‘르네상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REP)’ 덕분이다.

 공대생을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닌 창업가 등 ‘공학 리더’로 키워내자는 취지에서 만든 REP는 4년 반 과정으로 졸업할 때 공학사와 기술경영학석사 학위를 모두 받는다. REP 학생들은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 전통적인 공학 전공 중 하나를 주 전공으로 택한다. 동시에 경영학 경제학 인문학 교육을 강도 높게 받는다. 4년 반 중 1년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와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등 창업 교육으로 유명한 해외 대학에서 공부하며 현지 스타트업의 인턴십을 경험한다. 올해 졸업한 1기 학생 34명 중 3명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학생들이 몰리자 NTU는 REP의 정원을 70명으로 늘렸다.

 REP 졸업 후 데이터 분석 기술 관련 스타트업인 ‘클레프’를 창업한 메이 림 씨는 “REP에서는 전공과목이 절대평가이고 팀 프로젝트가 많다”며 “평가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창업 공모전과 인턴십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P 설립을 주도했던 캄찬힌 NTU 교무처장(전기전자공학부)은 “공대에서 배출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리더 중 하나가 창업가”라며 “REP를 통해 창업가를 대거 배출하는 건 물론이고 제2, 제3의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인재들도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기업가 정신 과목은 필수 교양

 NTU는 소수 엘리트를 위한 REP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일반 학생들을 위해 기업가 정신 교육을 전교생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했다. 전공에 상관없이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기업가 정신 부전공 제도도 두었다.

 교내 스타트업 창업과 육성을 위한 기관인 ‘NTU 이노베이션’은 창업을 희망하는 교수와 학생들을 돕는다. 사업계획서(분량 제한 없음)만 작성하면 언제든 창업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창업 단계에서는 경영 컨설팅과 재정 지원도 받는다. 최근 3년간 NTU 이노베이션을 통해 창업한 스타트업은 해마다 10∼15개 정도다. 

 NTU 이노베이션의 림주이 박사는 “정말 허황된 아이디어부터 당장 시장에 내놓아도 충분히 경쟁력 있어 보이는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사업계획서들이 매일 들어온다”며 “창업에 관심 있는 구성원들이 언제든지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컨설팅 받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대학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교수가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면 수익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 대개 글로벌 대학들은 3분의 1가량의 수익을 개발자에게 준다.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노베이션 개라지’(제품개발실)도 NTU의 창업 엔진 중 하나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이곳에서 학생들은 최근 3차원(3D) 프린터로 자동차를 만들고 빨래 수거용 드론을 개발했다. 앤디 콩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창업 희망자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 취업할 학생들에게도 창의력 개발 차원에서 개라지 활동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TU는 라이벌인 NUS의 프로그램도 벤치마킹했다. 해외 스타트업에 학생들을 6개월∼1년간 인턴으로 보내는 ‘NUS 해외 프로그램(NUS Overseas Colleges·NOC)’과 유사한 과정을 개발 중이다. 이 분야의 후발 주자로서 단기간에 창업가를 키워내려면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선진 스타트업 문화에 노출시키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NTU는 해마다 100∼200명의 학생을 선발해 해외 스타트업에 보낼 계획이다.

싱가포르=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1991년 설립된 젊은 대학으로 ‘싱가포르의 매사추세츠공대(MIT)’로 불린다. MIT처럼 공대로 출발해 경영학 경제학 미디어학 정책학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올해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에서 싱가포르국립대에 이어 아시아 2위, 세계 13위에 올랐다. 한국 대학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