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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걸]“이젠 소리치기보다 속삭이는 커뮤니케이션 시대”

입력 | 2016-11-25 03:00:00

이솝 코리아 김동주 지사장




“기회는 반드시 온다,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늘 준비하라고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10년 넘게 금융계에서만 일하다 화장품 업계로 선뜻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오면 그것은 행운이 됩니다.”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 코리아의 김동주(43) 지사장은 “특히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가 있거나 이직을 원할 때는 그 업계에 대한 관심의 끈을 절대 놓지 말라”고 덧붙인다. 이솝이 3년 전 한국 진출을 앞두고 지사장을 뽑을 때 그는 화장품 업계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지만 일곱 번에 걸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최종 합격했다.



디테일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한 선이 강조된 디자인의 옷을 좋아한다. 짙은 올리브그린컬러 코트에 슬림한 블랙 팬츠로 세련되고 지적인 스타일을 연출했다.



무모할 정도의 긍정 마인드와 열정이 최고의 자산


이솝에서의 첫 근무는 1인용 작은 사무 공간에서 혼자 컴퓨터와 전화기 한 대를 놓고 시작했다. 그는 2013년 6월 이솝의 국내 론칭을 주도했고, 그간 매장 20개, 직원 120여 명으로 규모를 키워나갔다. 그는 이솝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면서 세계 각지의 지사 중 최초로 면세점에 입점 시키는 등 새로운 유통 채널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얼마 전 본사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대기업의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하는 작은 외국계 회사로 옮긴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다들 우려했어요. 하지만 전 ‘마음(heart)’이 이끄는 대로 했습니다.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그는 “무모할 정도의 긍정 마인드와 열정, 자신감이 최고의 자산”이라고 덧붙인다. 이는 그에게 늘 멘토가 된 아버지에게 받은 영향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꿈을 가져라. 마음 속에서 그것을 절대로 놓지 마라. 그리고 반드시 된다는 긍정 마인드를 가져라’ 늘 말씀하시며 제게 신뢰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죠.” 그는 요즘 자신도 딸한테 똑같은 말을 들려주고 있다며 웃는다.

심플한 디자인의캐주얼 의상을 자주 입는다. 평소 화이트 셔츠와 팬츠를 즐겨 입고, 미팅 등 갖춰 입어야 할 때는재킷을 덧입는다. 옷을 고를 때 특히 신경 쓰는 것은 좋은 소재와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식사를 함께 준비해 ‘오피스 런치’를 즐기는 이솝의 문화

“이솝 첫 해에는 1인 4역, 5역을 하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매일 야근을 했는데 어느 날 창립자가 전화를 해왔어요. ‘직원들의 일과 생활의 밸런스가 안 맞아 모두 지친 것 같으니 당신부터 오후 6시 정시에 퇴근하라’는 것이었어요. 이후 늦은 시간에 불시에 전화를 걸어와 받으면 ‘왜 아직 사무실에 있느냐’고 야단을 쳤어요(웃음).”

 김 지사장은 “하지만 일에는 때가 있으니 그렇게 몰입할 필요도 있다” 면서 “재미있는 일은 신나게 하고 열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니 성과도 좋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함께 ‘오피스 런치’를 즐기는 게 이솝의 고유한 문화예요. 2주에 한 번 직원들이 직접 음식을 준비해 사무실의 원목 테이블에 둘러앉아 와인을 곁들여 식사를 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서로 취향과 속마음을 나누게 되죠. 본사 직원뿐 아니라 매장 직원들도 돌아가며 참석해 현장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밥과 요리 한 가지를 만드는 건 김 지사장의 몫이다. 식사 준비와 설거지는 직원들이 짝을 이뤄 돌아가면서 한다.

 “이솝의 창립자는 직원들이 균형 잡힌 식단의 가정식 식사를 함께 하면서 친밀감과 편안함을 갖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지사장 면접을 볼 때도 함께 식사를 한국과 호주에서 세 번이나 했어요.”

 김 지사장은 “직원들과 서로 이해하고 친밀해지는 만큼 업무 호흡이 잘 맞고 능률도 올라 직원들의 이직률이 매우 낮다”고 덧붙인다.



건축가, 디자이너, 음악가 등 예술가들과의 협업 진행

“입사 초기에 창립자 파피티스 씨와 미팅이 잡혀 긴장했어요. 그런데 업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근사한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등에 대해 한참 얘기했어요. 그는 일어나면서 ‘지금 하고 싶은 게 많겠지만 몇 달은 여유 있게 지내며 이솝의 문화를 느끼고 즐기길 바란다’ 고 말하더군요.”

 창립자의 이러한 마인드가 문화 예술에 대한 다양한 후원으로 나타나고, 다른 뷰티 브랜드가 갖지 않는 독자적인 특징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저는 이전 직장에서는 ‘불도저’ 란 별명이 생길 정도로 추진력이 있고 성과 향상에 대한 욕구가 강했어요. 그런데 이솝은 ‘우리는 절대 소리치지 않고 속삭인다(We never shout, but whisper)’는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갖고 있어요. 처음에는 적응이 좀 어려웠지만, 이제는 완전히 이해합니다.”

  ‘샤우팅’은 곧 식상하며 생명력이 짧다. ‘과장하지 않고 ‘가진 만큼만’ 솔직하고 겸손하게 보이는 마음으로 본질에 충실 하겠다’는 것이 이솝의 철학이다. 그는 “이솝이 브랜드 철학과 맞는 건축가, 디자이너, 무용가, 음악가, 작가 등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이솝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지사장은 피부 보습에 신경을 많이 쓴다. 겨울에는 페이스 오일에 크림을 섞어서 바르고 자면 촉촉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아침에는 고농축 비타민 세럼 바르는 것을 잊지 않고, 핸드백에 늘 페이스 오일과 아이 세럼, 핸드 밤을 가지고 다니며, 오후 2∼3시 피부에 덧발라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며 ‘숙면, 견과류, 물을 즐겨먹고, 영양분을 제대로 갖춰 먹는 아침 식사’를 최고의 피부 관리 비결로 꼽았다.



촉촉한 피부를 위한 핸드백 속 필수 아이템 (왼쪽 위부터)

휴대하기 편리한 아로마 롤온 ‘진저 플라이트 테라피’

메이크업 위에 덧바를 수 있어 사무실에서 피부 당김이 느껴질 때 사용하는 ‘파슬리 씨드 안티 옥시던트 아이 세럼’

산뜻한 질감의 ‘페뷸러스 페이스 오일’

시트러스 아로마 향의 핸드크림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 밤
 
입술을 진정시키고 수분을 제공하는 비타민이 풍부한 립 크림

‘로즈힙 씨드 립 크림

이솝 코리아 김동주 지사장은…


1973년생.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1997년 삼성영상사업단 마케팅팀 입사. 1998년 제일기획 마케팅팀에서 일하다 미국 유학,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 과정 졸업. 2002년 귀국, 시티은행에서 카드 상품개발, 마케팅 업무를 맡음.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으로 옮겨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아시아퍼시픽 상품개발 마케팅 이사로 재직. 2010년 삼성카드로 이직, 프리미엄 마케팅 팀장으로 일함. 2013년부터 이솝 코리아 지사장으로 재직.

이솝(AESOP)은…

1987년 데니스 파피티스와 수잔 산토스가 호주 멜버른에 설립한 뷰티 브랜드. 헤어 디자이너 출신인 데니스 파피티스가 기존 헤어 제품에 회의를 느껴 건강한 식물성 원료와 최소한의 화학 성분을 넣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솝을 설립했다. ‘건강한 삶과 피부의 균형’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갖고 문화 예술 분야와 협업을 하면서, 지역 사회 커뮤니티도 중시한다. 2013년 6월 이솝 코리아 설립, 백화점과 면세점을 포함하여 20여개 매장이 있다. 이솝은 매장에서 화장품을 팔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문화를 담아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만든다. 세계 250여 개 매장이 있는데 같은 분위기가 없을 정도로 각 지역에 맞춘 인테리어로 꾸민다. 공연, 워크숍, 전시회 등을 여는 장소로도 사용하고 있다.

글/김경화(비즈니스·라이프코치, 커리어 칼럼니스트)
사진/강현욱(생활 포토그래퍼, 마마준스튜디오 실장)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