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유러피언골프투어 신인왕에 오른 왕정훈(21·한국체대)의 목소리는 밝았다. 지난 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친 뒤 귀국한 그는 24일 "오늘 아침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에이전시로부터 신인왕 결정 사실을 통보받은 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올해는 운이 정말 좋다"며 웃었다. 이날 발표된 유러피언투어와 R&A, 골프기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왕정훈은 지난해 안병훈에 이어 한국인 신인왕 수상자가 됐다. 시상식은 내년 5월 영국 BMW PGA챔피언십 때 열린다.
연초만 해도 왕정훈이란 이름 석자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5월 대기선수로 있다 출전했던 모로코 핫산트로피 2세 트로피에서 우승한 뒤 모리셔스오픈까지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유러피언투어 플레이오프 네드뱅크 챌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신인 중 최고인 상금 랭킹 16위로 시즌을 마쳤다. 29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을 지닌 왕정훈은 "올 시즌 퍼팅이 잘 됐다. 집게 그립으로 바꾼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8월 올림픽 이후 뇌수막염에 걸려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며 10kg 가까이 체중이 빠졌지만 강한 의지로 재기했다. "애덤 스콧 등 대선수들과 같이 치면서 많이 배웠어요. 샷이 잘 안될 때도 풀어가는 능력이 부러웠어요. 경험과 노련미를 더 길러야죠. 아직 메인스폰서가 없는 데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도록 빨리 생겼으면 좋겠어요."
다음달 8일 홍콩오픈을 통해 새 시즌을 시작하는 왕정훈은 "요즘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늘어 쑥스럽다. 자만하지 않고 내년 4대 메이저 대회에 모두 출전하고, 미국PGA투어 진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