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탄핵 시계]친박 청산-정계개편 승부수 성패는
○ ‘탈당 방아쇠’ 당기나
김 전 대표는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까지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었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주요 국면마다 30시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이른바 ‘30시간 법칙’을 깨고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금이 (정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그는 “새누리당을 해체하고 건전 보수들만 모아 새로운 당을 만든다는 것이 비주류의 생각인데 친박계가 이걸 막아서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선거(대선)가 바로 닥친다. (새누리당을 개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김 전 대표는 ‘내각제로 개헌하면 총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으니 그 문제는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의 번복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 공포탄 아닌 실탄 나올까
관건은 김 전 대표가 탈당 깃발을 들 때 얼마나 많은 의원이 따라 나서느냐다. 원내교섭단체(20명)를 구성할 인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승부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전날 김 전 대표 진영의 만찬 회동에서 대다수 의원은 탈당에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한다. 비주류의 또 다른 축인 유승민 의원도 이날 “탈당은 너무 손쉬운 선택이다. 당에 남아 국민에게 손가락질받는 보수당을 새로 일으켜 세우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친박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회의에서 “먹던 우물에 오물을 던지려면 본인(김 전 대표)부터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게 도리”라고 비판했다.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겠다는 김 전 대표를 향해 “누구 한 명이 말했다고 정답이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비주류는 당분간 탈당보다 ‘내부 투쟁’에 공조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탄핵 참여 문제 등을 논의한다. 주류와 비주류가 심리적 분당(分黨)에서 물리적 분당으로 향하는 분기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