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황소의 반란이 거세다. 황소가 상징인 라이프치히가 분데스리가 명문 팀을 모두 밀어내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창단 6년 만에 5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온 라이프치히의 성공은 신화에 비견된다. 엄청난 투자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라이프치히는 2부 리그 소속이던 지난해 선수 영입을 위해 323억 원을 썼다. 리그의 나머지 팀들이 지출한 전체 이적료보다 많았다. 1부 리그로 올라온 올 시즌 라이프치히의 이적료 지출 총액은 62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3번째로 많은 액수다.
독일 국민의 절약 정신은 축구계에도 깊이 배어 있다. 합리적인 소비로 몸값 거품이 발붙일 곳이 없다. 거대 자본의 침투를 막고 팬의 권리와 지역축구를 보호하는 곳이 독일 축구다. 구단의 최대 주주라도 5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하는 규정은 공공성이 강한 독일 축구를 상징한다.
독일 축구의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은 지난해 “라이프치히가 지금처럼 투자를 계속한다면 35년 안에 바이에른 뮌헨을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켄바워는 지금 얼굴이 꽤나 화끈거릴 것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기간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그만큼 라이프치히의 돌풍은 투자의 규모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라이프치히는 차세대 유망주만 불러 모았다.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뜻이었다. 엄청난 투자에도 특급 스타는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명품을 쇼핑하듯 스타들을 끌어모으는 중동과 러시아 억만장자들의 팀 운영 방식과는 다르다. 이 덕분에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젊은 팀이다. ‘베스트 일레븐’의 평균 나이가 24세를 조금 넘는다. 31세인 수비수 마르빈 콤퍼를 제외하면 20∼22세의 선수가 수두룩하다.
젊음은 경험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라이프치히는 젊음을 오히려 무기로 만들었다.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이 뛰는 팀이다. 11명의 선수가 한 경기에서 뛰는 거리는 평균 116.4km이다.
라이프치히는 통일 이후 독일 프로축구 1부 리그에 오른 첫 옛 동독 팀이기도 하다. 이 지역 축구팬들의 자존심이 살아나고 있다. 더 이상 어린 축구 인재들을 옛 서독 지역의 명문 팀에 뺏길 필요도 없다.
장치혁 기자 jang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