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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노지현]도시의 ‘작은 허파’들

입력 | 2016-11-25 03:00:00


노지현 사회부 기자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는 문관대신들이 드나들었다는 서문(영추문)이 있다. 영추문 바로 건너편에 ‘통의동 마을마당’이란 작은 공원이 있다. 작은 정자 하나와 운동기구 두어 개가 전부지만 나무 몇 그루가 곳곳에 그늘을 드리워 주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다.

 이곳은 원래 대통령의 ‘안가’ 자리로 알려졌지만 김영삼 대통령 때 시민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취지로 공원이 됐다. 1996년 11월에 문을 연 뒤 종로구가 이곳을 가꿔 왔다.

 그런데 최근 서촌 주민들은 “공원이 곧 사라진다”는 소문에 들썩였다. 일부 주민이 지나가다 토지를 측정하는 사람들을 목격하면서 “청와대가 민간에 땅을 매각한다”라는 이야기까지 퍼졌다. 당초 이 땅은 서울시가 주인이었다.

 그러나 2010년 6월 서울시와 청와대 간의 소유권 이전으로 현재 대통령경호실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비슷한 가치의 땅을 맞교환하기도 한다.

 주민들은 관리 부서인 종로구와 국민신문고에 ‘공원이 없어지는 것이냐’는 민원을 제기했다. 종로구는 “토지 소유 기관인 대통령경호실에 문의하였으나 내부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며 민원인이 직접 경호실에 문의해 보라고 안내했다.

 국민신문고에는 답변 기관에 청와대가 아예 빠져 있다. 청와대 대신 종로경찰서 경비과가 “우리로서는 향후 계획을 알 수 없다”는 회신을 주민들에게 보냈다.

 경호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확정된 검토 결과가 없다”며 “다만 이 토지가 계속 공원으로 사용돼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혹여 다른 용도로 쓰더라도 법률상 하자가 없다는 뜻이다.

 주민들의 예민한 반응은 2011년 4월 이미 한 차례 청와대가 공원을 없애려고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경찰 기동대의 차량 주차장 겸 대원 휴식을 위한 가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시위대가 모일 때마다 고생하는 사람은 물론 경찰이다. 주말마다 청와대 근처 돌바닥에 앉아 급하게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찰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민에게 돌려주기로 한 공원 자리까지 정부나 지자체가 마음대로 용도 변경해 쓴다면 그것은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서울은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숨 쉴 틈 없이 빽빽하게 가득 차 있다. 녹지 비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산을 포함한 것이라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도심 근린공원은 일종의 허파 역할을 한다. 잠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 도시 속 근린공원의 취약한 법적 지위가 아쉽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