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실상 철회]
국회 교문위 출석한 이준식 부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 여부는 공개한 다음에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기존의 강행 방침과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를 일정대로 공개하겠다면서도 ‘무조건 강행’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 부총리는 “국정화나 국·검정 혼용 등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대안에 대해) 고심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이 자리에서 국정 교과서 철회를 선언하시면 영웅이 되시고 나중에 역사 교과서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라고 압박하자 이 부총리는 “저는 영웅이 될 생각은 없고,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여기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 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했고, 지난해 국정화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반대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교과서를 공개한 뒤 수정을 거쳐 일괄 배포한다’는 계획에서 ‘일단 공개한 뒤 여론을 듣고 현장에 적용되도록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중에서 국·검정 혼용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교육부 안팎의 분위기다. 교육부는 새 역사 교과서에 친일이나 독재에 대한 미화는 없고, 균형 잡힌 교과서인 만큼 공개 후 국민들의 판단을 받으면 여론이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기존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비판하면서 국정 교과서의 정당성을 강조해 온 교육부가 1년간 어렵게 만든 교과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부정할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하지만 2013년 ‘우편향 교과서’로 불린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거의 없었던 사례를 고려할 때 국·검정 혼용 체제로 갈 경우 국정 교과서도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건 부담이다. 국정 교과서의 내용과 관계없이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의 채택 저지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주말 동안 이 부총리를 접촉해 진상을 알아본 뒤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교육부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 부총리가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교육부 입장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당정청 간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대목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 결정과 관련해 보고를 받거나 당정협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유감이다”고 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