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문화부
주무관이 증인이 된 건 조윤선 장관을 비롯한 문체부 간부들이 ‘미르재단 설립 허가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한결같이 부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단 설립 허가 전결권을 갖고 있는 하윤진 당시 대중문화산업과장은 “법인 설립 업무는 보통 주무관들이 한다”며 발을 뺐다. 이런 사정으로 김 주무관은 이날 밤 늦게 국감 현장에 도착해 오전 1시까지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7급 주무관이 문체부를 대표해 증인석에 오른 것을 지켜본 문체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주무관이 조직의 총알받이가 됐다” “비선 실세들의 ‘놀이터’가 된 문체부 조직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모르쇠로 일관한 문체부 간부들의 주장과 달리 하 과장은 최근 미르재단 설립 허가 신청 나흘 전 상관인 최보근 콘텐츠정책관 지시로 청와대에서 열린 재단 설립 회의에 참석해 ‘10월 27일 미르재단 현판식에 맞춰 반드시 설립 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 과장은 당시 국감을 앞두고 직속상관인 최병구 콘텐츠정책관에게 이런 사실을 전해 장관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과장의 증언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25일 “문체부 공무원들을 위증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장관은 25일 열린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9월 국감 때 미르 관련 청와대 회의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또 부인했다.
김정은·문화부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