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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개헌, 최순실보다 100배 중요”… 문재인 “與 물타기 전략”

입력 | 2016-11-26 03:00:00

[탄핵 정국]與野 탄핵 맞물린 개헌론 수싸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가 임박하면서 그와 맞물려 정치권에선 ‘개헌 공방’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 이후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 진영의 셈법은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 여권 비주류 내에서도 개헌 속도 입장 차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사태보다 100배 중요한 게 개헌”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개헌을 지렛대로 정치권 새판 짜기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상당수 비주류 의원도 개헌 동력 확보에 힘을 보탰다. 황영철 의원은 “개헌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는 건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헌법 개정 없이 차기 대선을 치른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비극이 반복된다”며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비주류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두언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의 개헌 구상을 겨냥해 “정치적 술수이자 자기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내각제를 해서 우리가 집권을 하면 골고루 (자리를) 나눠 먹자는 얘기”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 직후 “개헌은 특정 정치 세력의 바람일 뿐 국민 절대 다수의 바람은 국가를 안정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비주류 내에서도 개헌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건 자칫 박 대통령 탄핵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박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논점이 흐려지면 결국 탄핵과 개헌,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개헌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탄핵 연대’에 균열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개헌을 둘러싼 마찰이 정계개편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주류 일각에선 김 전 대표 중심의 정계개편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정두언 전 의원은 “(김 전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했다”며 개혁 보수가 아닌 ‘수구 보수’라고 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을 두고는 “시대 변화에 따라 개혁해 왔다”며 ‘건전 보수’로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정 전 의원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도 가깝다. 비주류 내부에서도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얘기다.


○ 야권, 호헌파 vs 개헌파 충돌 불가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개헌론을 ‘교묘한 물타기’라고 규정했다. 전날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개헌 논의를 꿈꾸는 정치인은 다 물리쳐야 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문 전 대표가 비판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이날 문 전 대표가 “헌법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하자 추 대표는 “헌법은 죄가 없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처럼 ‘호헌(護憲)’을 주장하는 민주당 주류·친문 진영과 당내 비주류 및 다른 야당 개헌파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기 수원 경기대 종합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시국대화에서 “개헌론과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공범인 새누리당이 책임을 물타기 하려는 (속셈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동안 정부 견제나 감시 역할은 하지 않고 오로지 두 대통령에게 맹종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 되니까 ‘새누리호’에서 뛰어내리면서 무슨 건전한 보수를 만들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며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 진영 의원들을 겨냥했다.

 한 참석자가 “개헌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김 전 대표와 (야권이) 손잡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하자 문 전 대표는 “결코 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야권 개헌파와 여당 비박계의 ‘개헌 연대설(說)’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선택받은 후보가 임기 초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는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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