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새누리 ‘한지붕 두집 살림’ 본격화
텅 빈 새누리 의총 회의장 2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뒷모습)의 발언을 이정현 대표(앞줄 가운데)가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이날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상당수 불참해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탄핵 의총’ 보이콧한 친박계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장에 들어서자마자 빈자리를 보고 “왜 이렇게 안 와? 의총을 보이콧하나”라고 말했다. 친박계 지도부 가운데 이정현 대표만 자리를 지키고 조원진 이장우 최고위원과 친박계 핵심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를 앞에 두고 지도부 퇴진과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황영철 의원은 “지금의 상황은 (친박계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도 안 지고 있다”며 “대통령과 함께 권력의 핵심에 있던 분들은 뒤로 물러나 주셔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종구 의원은 “탄핵 국면을 오게 한 분들은 탈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수’를 타고 해외에 1, 2년 가 계셨으면 한다”고 ‘외유’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매주 두 차례 의총을 열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는 의총에 친박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정진석의 조기 탄핵 반대에 비주류 반발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우리 당은 12월 2일 또는 9일에 탄핵안을 처리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질서 있는 탄핵 절차를 밟자”고 주장했다. 그는 “(탄핵 가결 후) 헌법재판소가 2, 3개월 안에 탄핵 결정을 내리면 내년 3, 4월경 대선을 치러야 한다. 각 당 경선도 엉망이 되고 국민은 허겁지겁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벼락치기 대통령 선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적 검증이 부실해지고 정통성에 심대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탄핵 절차 협상 권한을 박수로 일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호응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나경원 황영철 의원 등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탄핵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항의했다.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면서 비주류 의원들은 즉각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정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탄핵은) 박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가, 국민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라며 “헌법적 절차를 통해 국정 공백을 하루속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조기 탄핵을 어떤 이유에서든 거부한다면 국민에게 도전하고 역사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조기 탄핵을 반대하면 새누리당은 촛불시위 국민의 발아래 깔려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비주류에서도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거론
이날 이 대표 사퇴 후 당 쇄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비주류에서도 유승민 의원이 거론됐다. 장제원 의원은 “유 의원께서 독배를 들어야 한다”며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고 친박이 유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는데, (유 의원을 추대하면) 친박도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욕심도 없다”면서도 “이번 비대위는 전권을 갖고 칼을 휘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핵심들을 당에서 청산해야 한다는 전날 주장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