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은 강간이다/조디 래피얼 지음·최다인 옮김/340쪽·1만5000원·글항아리
◇거리에 선 페미니즘/고등어 등 지음/212쪽·1만2000원·궁리
성폭행 당한 딸을 대신해 복수에 나선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돈 크라이 마미’의 한 장면. 줄리언어산지 위키리크스 창립자,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진 오히려 피해자의 약점이 집중 부각됐다. 동아일보DB
2007년 미국 공군이던 19세 여성 커샌드라 허낸데즈는 파티에서 동료 공군 세 명에게서 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가 법률자문단에서 가혹한 심문을 받은 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고소를 포기하자 공군은 그를 음주와 풍기문란으로 법정에 세웠다. 남성들은 풀려났다. 두 사건은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2010년 조사에서 18세 이상 미국 여성의 12.3%가 평생 한 번 이상 강간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경우는 전체 피해자의 14%에 불과했다.
허위 강간 신고율은 2∼8%인데도 이 수치를 부풀리며 남성을 음해하는 수단으로 여성들이 강간을 이용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일부 페미니스트조차 데이트 강간 문제를 제기하는 건 힘겹게 이룬 여성의 성적(性的) 자유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가해자와 친했거나 술이나 약물을 복용하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강간 문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해결하기 만만치 않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체적인 사례와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고백은 강간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엄연한 범죄임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미성년자와의 섹스’ ‘합의되지 않은 섹스’로 표현하지 말고 ‘강간’이라고 말하라는 저자의 당부도 호소력을 지닌다.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도 강간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원제는 ‘Rape is Rape’.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