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기고
이달 초 우리 스타트업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해외로드쇼 행사인 ‘K-Global@’ 참석차 실리콘밸리를 찾았을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창업보육기관인 ‘플러그앤플레이’를 방문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350여 개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보육 프로그램과 사무실을 제공하고 매년 100여 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최대 50만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있었다. 이 스타트업들의 투자 성공률이 70% 이상이라고 하니 될성 싶은 유망기업을 알아보고 투자하는 그들의 안목과 전문성에 감탄했다. 당시 그 비결을 알아보니 스타트업이 입주한 공간에 글로벌 대기업의 직원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져,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로 발전해 나간다고 한다. 창업보육기관이 자신의 보육능력보다 기업 간의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실리적인 사고 때문에 글로벌 대기업과 견줄 수 있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미국에서 많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이후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일어났던 200여 건의 전쟁에 대해서 미국 보스턴 대의 역사학과 아레귄 토프트(Arreguin-Toft) 교수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소국이 강대국과 똑같은 전략으로 싸우는 경우 이길 확률은 24%에 불과한데,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을 미리 준비하고 싸울 때에는 이길 확률이 63.6%로 급상승했다. 스타트업이 작고 약하다고 무조건 불리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8월로 창립한지 8년이 된 글로벌 숙박공유 서비스 스타트업인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가 100개 국가에서 4700여 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힐튼의 가치인 276억 달러를 훌쩍 넘어 300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 한 예이다. 하지만 실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약소국이 땅을 빼앗으려고 강대국에 싸움을 거는 행동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시장이 갖고 있는 핵심문제를 찾고 강자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끊임없이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성공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현지 투자자와 역량 있는 창업지원기관과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며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도 확보하는 것이 스타트업에는 매우 중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동안 우리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ICT 분야 유망 스타트업 300개를 ‘K-Global 300’으로 선정해 정부의 ICT 해외진출 사업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고, K-ICT 본투글로벌센터를 통해 원스톱으로 해외진출 컨설팅을 제공하며, 해외로드쇼인 ‘K-Global@’을 통해 현지 투자자와 기업들에 우리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등 정책역량을 집중해 지원해왔다. 이런 노력이 주효했는지 2일 세계 스타트업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미국 보스턴 매스챌린지 대회 결선에서 초소형·초고속 양자난수생성기를 선보인 정보보안 스타트업 EYL이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최고상 인 다이아몬드상을 수상, 향후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원격측정, 음성메모 등의 기능이 있는 스마트 줄자를 개발한 베이글랩스는 8월 미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로부터 135만 달러 모금에 성공했고,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월드컵 테크 챌린지 대회 결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2015년 K-ICT 본투글로벌센터 멤버사로 지원받은 바 있는 아벨리노는 세계 최초로 각막이상증 관련 유전자검사기법을 개발하여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다보스포럼(WEF)의 ‘기술선도기업 2016’으로 선정된 후 국내외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