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190만 촛불’]더 강하고 다양해진 풍자-패러디
“이게 農心”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한 농민이 ‘박근혜 없어지소’라고 쓴 천으로 감싼 소 위에 올라탄 채 시위하고 있다. 반대편엔 ‘근혜씨 집에가소’란 글귀가 쓰여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하는 풍자, 패러디물이 넘쳐났다. 풍자의 수위도 높아졌다. 연일 드러나는 의혹들과 검찰 수사를 받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 거세졌다.
박근혜 대통령 서거를 암시하는 풍자물도 등장했다. 검은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시민 4명은 ‘가자! 최태민 곁으로’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원인 제공자 중 한 명인 최태민 씨와 가까이 지낸 박 대통령을 조롱하고 1994년 사망한 최 씨와 운명을 함께하라는 의미였다. 서울대 혼참러(혼자 참여한 사람들)들은 박 대통령 머리 양옆에 권총을 들이댄 모습의 깃발을 들었다. 한 인쇄물 제작업체는 ‘정의의 망나니칼’ 이름의 종이칼 400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칼에는 ‘비아그라가 웬말이냐’, ‘거세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집회까지 최순실 정유라 모녀를 풍자한 패러디가 넘쳐났다면 이번 집회는 비아그라, 백옥주사를 대량 구매한 청와대를 비꼰 패러디가 주를 이뤘다. 거리 곳곳에 푸른색 알약을 그려 넣은 ‘하야하그라’(하야하라+비아그라) 깃발이 펄럭였고, 비아그라 구매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을 비판하듯 깃발 하단에는 ‘한국 고산지 발기부전 연구회’라는 단체명이 써 있었다. 최민수 씨(37)는 “비아그라 깃발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함께 나온 아들은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좋아했다”고 말했다.
포승줄에 묶인 채 구속되는 최 씨와 박 대통령의 모습에 시민들은 통쾌해하는 모습이었다. 이보람 씨(25·여)는 “포승줄에 묶여 체포된 모습을 보니깐 속이 시원하다. 이런 식으로라도 분노를 풀어야 국민들이 ‘순실증’에서 벗어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게 農心”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한 농민이 ‘박근혜 없어지소’라고 쓴 천으로 감싼 소 위에 올라탄 채 시위하고 있다. 반대편엔 ‘근혜씨 집에가소’란 글귀가 쓰여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리운전 업체 이름을 빗댄 ‘1588-순실순실 OK! 대리연설’, ‘퇴근혜’ 등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이색 깃발이 등장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단체 성격에 상관없이 깃발 아래로 모여들었다.
차길호 kilo@donga.com·김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