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가 나의 무죄를 증명할 것이다."
-쿠바의 혁명가이자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의 일생
#.2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피델 카스트로의 서거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주말을 맞아 떠들썩하던 클럽의 음악은 잦아들고
술집과 식당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죠.
#.3
'쿠바 혁명의 최고사령관' '독재의 아이콘'
평가가 엇갈리던 공산 진영의 마지막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4
"카스트로는 세상을 떠났지만 언제나 우리의 사령관(카스트로의 별칭)이다. 고통스럽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쿠바 아바나의 한 시민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를 망신시킨 독재자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쿠바계 미국인
#.5
카스트로는 8세 때 가톨릭학교의 세례를 거부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반항아의 기질을 보였습니다.
커가면서 법에 흥미를 느낀 그는 아바나대 법학과에 진학했는데
이때부터 그는 '달변가'로 불리게 됩니다.
#.6
그는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운동도 잘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우연히 참여한 반정부 운동에 학생운동 배후자로 지목되면서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당시 정부의 탄압을 받으면서 '저항 의식'이 키우게 됐던 것이죠.
#.7
이후 학생운동에 더 깊이 빠져든 카스트로는 1953년
게릴라전으로 몬카다 병영을 습격하다 실패해 15년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하지만 카스트로의 수감에 분노한 민중이 거세게 항의하며
2년 만에 특별사면을 받았죠.
#.8
자유의 몸이 된 카스트로는 멕시코로 망명해 혁명동지인 체 게바라를 만납니다.
중남미 해방운동가들과 교류하며 게릴라 전술을 배우고 쿠바혁명을 일으킬 기회를 엿보고 있었죠.
그렇게 1956년 혁명세력과 함께 쿠바로 넘어가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고
1958년 마침내 독재자 바티스타가 도주하며 혁명에 성공합니다.
#.9
1959년 총리에 취임한 카스트로는
2006년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쿠바를 통치하게 됩니다.
이 기간 그에 대한 평가는 '혁명영웅'과 '독재자'를 오갔죠.
집권 첫해 그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을 몰수하고 토지 개혁을 대대적으로 단행합니다.
1961년 1월에는 미국과 국교를 끊었고, 이듬해 소련의 중거리 미사일을 들여오는 문제로 미국과 핵전쟁 직전의 위기까지 치달았죠.
#.10
카스트로 정부는 폐쇄적인 경제를 고수하지는 않았습니다.
1990년 초부터는 외국인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외국인 투자가들이 직접 투자하도록 규제를 풀기도 했죠.
또한 카스트로의 개혁 작업 가운데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정책은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 쿠바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죠.
#.11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는 철저한 독재자였습니다. 2008년 2월 행정부 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동생인 라울에게 물려줄 때까지 그는 당과 군, 입법부와 행정부 등 모든 국가기관의 최고위직을 독차지했죠.
미국 유럽 등의 인권단체들은 "카스트로 정권이 정적 제거를 비롯해 반체제 인사들을 고문했다, 쿠바의 인권 침해 현상이 심각한 수준"
"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12
그가 정계에서 은퇴한 후 미국과 쿠바는 53년간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2014년,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2015년 8월에는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이 생겼고 올해 2월 두 나라를 오가는 정기 항공 노선이 다시 뚫렸죠.
#.13
쿠바 정부는 9일 동안의 애도 기간을 거쳐 다음 달 4일 장례식을 엽니다. 수도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기념관에서 추념식이 열리고 화장된 카스트로의 유해가 전국을 순회하다 4일 산타 이피헤니아 묘지에 묻히죠. 카스트로가 과거 쿠바 혁명의 승리를 선언해 '혁명의 도시'로 불리는 곳입니다.
#.14
누군가에겐 영원한 사령관, 누군가에겐 정치 탄압의 독재자.
그의 죽음 이후 현재 쿠바에는 충격과 안도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공산당 제 7차 전당대회 폐회식에 했던 그의 마지막 발언은
사실상 고별사가 됐는데요. 격정의 시기를 보낸 한 풍운아의 여러 감정이 묻어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곧 아흔 살이 된다. 곧 다른 사람들과 같아질 것이며 시간은 모두에게 찾아온다."
원본: 조은아·한기재 기자·부형권 특파원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이고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