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케이팝을 잘 몰랐던 나는 한국 아이돌과 가수들 중 고작 SG워너비와 H.O.T., 원더걸스만 알고 있었다. 그 당시 가수들은 격한 춤 동작을 하면서 노래를 하나도 어렵지 않게 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한국 노래 영상들은 한 편의 영화만큼 스토리가 있으며 깊이가 깊었다. 한국 가수들을 보기 전까지 가수는 무대 한가운데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서양 가수들은 오래전부터 섹시하면서 강렬한 춤 동작을 했다. 한국 가수들도 그들 못지않게 섹시해졌지만 가끔은 보기 민망할 때도 있다.
지구상 많은 사람들이 케이팝의 묘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을 보여준 노래는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노래가 시작되면 마음이 들썩거리며 나도 모르게 말춤을 출 준비를 하는 사람은 한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아는 단어가 하나도 없는 한국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면서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때로 나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노래가 좋은데 도대체 무슨 내용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노래 덕분에 인연을 더 깊게 만들고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소중한 인연이 이어진 적도 많다. 외국인들은 케이팝을 듣고서 멜로디에 빠져들고 가사의 단어를 찾아보다가 한국어의 매력을 우연히 발견해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게 되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놀랍게도 노래를 대체로 잘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노래방 시설이 흔하며 누구나 이용한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한국 가수들은 다른 나라 가수들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가수 생활을 시작한다. 노래를 어렸을 때부터 쉽게 접하고 자신도 모르게 가수를 꿈꾸게 된 사람들이 많으며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진짜 실력자를 뽑기 위한 대회를 한국에서 연다.
이러한 대회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을 보면 대부분 스무 살 미만이다. 대회에서 실력자로 인정받더라도, 또 힘들게 데뷔를 하더라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지속성의 문제가 생기곤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들은 힘들게 이겨내면서 가수의 자리를 지킨다. 몽골에서는 노래 실력만 있으면 가수가 통통하거나 춤을 못 추어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 것 같다. 물론 예쁘면서 춤까지 잘 추면 좋긴 하나 대체로 노래 실력만 좋다면 대중은 그들을 실력으로 인정하곤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가수나 연예인이 되려면 기본 실력 더하기 외모 관리가 필수로 인식된다.
오늘날 케이팝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주는 음악이 되었다. 한국어를 모르지만 “케이팝이 좋아요” 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은 마음이 가사 하나하나로 묻어나와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