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점 120년사’ 기획 이두영 대표 “1942년 서울에 서점 91곳 인구당 따져보면 지금의 倍”
최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서울 서점 120년사: 서울의 미래, 서점에서 발견하다’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 지역 서점의 역사와 주요 사건, 시대별 베스트셀러, 서울의 서점 지도를 선보인 자리였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두영 메타북스 대표(71·사진)는 서점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었듯이 한국 근대 서점의 이정표가 되는 시점은 1906년. 서울 중구 청계천 광교 앞에 ‘회동서관’이 생긴 때다. 현재 신한은행 광교 건물(옛 조흥은행 본점) 자리다. 이곳은 중국과 출판 교역을 하며 신소설 시장을 주도했다.
이 대표가 일본에서 입수한 ‘경성서점명부’에 따르면 1942년 서울 시내 서점은 91곳으로 인구 1만115명당 서점 1곳이 있었다. 현재 인구 2만7830명(2015년 기준)당 책방 1곳인 점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는 “당시 문맹률이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규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한글 출판이 금지됐고 일부 서적은 폐간되는 등 출판 탄압이 이어졌다. 6·25전쟁 이후 출판 유통시장은 살아나지 못했고 출판 도매상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서점도 오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산업화 시대인 1970년대 교육열을 바탕으로 전집류가 유행하고 주요 출판사의 단행본도 인기를 얻으며 종로서적(1977년) 등 대형 서점이 등장했다. 이 대표는 “1980년대 들어 밀리언셀러의 출현과 함께 문화 수요가 커지며 교보문고(1981년), 서울문고(1988년), 영풍문고(1992년)가 들어섰다”며 “이 시대는 서울 지역 서점의 황금기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예스24(1998년), 알라딘(1998년) 등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할인 판매와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서점은 다시 내리막을 걷게 되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동네서점, 지역서점 등 특색 있는 작은 서점이 생겨나면서 독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