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진퇴 국회에 맡길것”]野 ‘하야 방식 여야합의’ 부정적 민주 “정쟁 유발하려는 노림수” 탄핵강행 정했지만 비박 이탈 우려 與비주류, 일단 협상은 하자는 입장 탄핵 처리 ‘2일→ 9일’ 연기 요청… 野일각 “3일 촛불 보고 저울질할듯”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공은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야 3당은 이날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일정을 흔들림 없이 밟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꼼수’ ‘노림수’ ‘권력 수성의 귀재’ ‘교란책’ 등 부정적 의미가 다분한 표현을 써가며 평가 절하했다. 문제는 탄핵안의 국회 통과 여부다. 탄핵을 찬성한다고 밝힌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이날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흔들리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질서 있는 퇴진’을 천명한 상황에서 탄핵의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야권은 탄핵안 부결까지도 각오하겠다며 결사항전의 자세지만 일각에서는 여론의 후폭풍을 경계하고 있다. 》
민주 탄핵안 서명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국회에서 추미애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서명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野 “탄핵안 처리” 공언했지만
야권은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듯 표현 수위를 높여 가며 앞다퉈 공박에 나섰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탄핵 동력을 차단하고 정쟁을 유발하려는 정치공학적 노림수”라며 “국민의 심판을 피하려는 노골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진퇴를) 정치권에 맡긴다는 것은 여야 합의가 안 될 것을 예상한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을 향한 탄핵 교란 작전 지시”라며 “비겁하고 고약한 대통령”이라고 혹평했다.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강경한 분위기 속에 탄핵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양승조 의원은 “박 대통령이 부끄러움이 없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이 당장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계획대로 2일에 (탄핵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정재호 의원도 “대통령은 ‘촛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쉽게 꺼지지 않는다”며 “새누리당(비박계)이 가결을 꺼려 가결정족수가 안 될 것을 걱정하는데, 탄핵안을 부결시키는 순간 새누리당은 해체”라고 경고했다. 이언주 의원도 “헌법을 위반한 헌법기관(대통령)이 있다면 다른 헌법기관인 국회가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급히 탄핵안을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참여하든 안 하든 (탄핵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했고,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당초 우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담화로 비박계 탄핵 찬성파가 분열될 수 있다. 가결정족수 미달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국민의당도 이날 의원총회를 거쳐 다음 달 2일 탄핵안 처리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촛불 민심과 탄핵 물결을 한마디로 잘라버리는 무서운 공작정치의 하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탄핵, 야권에 외통수 될까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야 3당이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걷어차 버리는 것이 외통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탄핵이 부결될 경우 야권이 주도할 수 있는 정국 수습책이 별로 없어 자칫하면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채우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안 처리를 9일로 사실상 연기하자고 한 것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 비주류의 한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도 예전에 ‘질서 있는 퇴진’을 이야기했다”며 “박 대통령이 그것(질서 있는 퇴진)을 한다는 건데 왜 탄핵이 되겠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비주류 의원도 “야권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먼저 주장했고, 이를 거부하니 탄핵으로 가겠다고 했던 것”이라며 “탄핵이나 하야나 목표는 동일한데 무작정 거부할 수 없다. 야당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황형준·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