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출토된 제의시설, 빈전 가능성
위에서 내려다 본 서울 석촌동 적석 총. 최소 10기의 적석총이 서로 연접된 모습이다.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한성백제박물관은 “서울 석촌동 고분군을 발굴 조사한 결과 기존 1호분과 2호분 사이에서 10기 이상의 돌무지무덤이 연접된 유구를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지표면에 구멍이 뚫리는 싱크홀 현상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석렬과 유물이 우연히 발견됨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발굴이 시작됐다.
이 적석총들은 모두 사각형 형태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한 변의 길이가 대략 13m 정도 된다. 전체 무덤군의 너비는 최대 40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 석촌동 3호분은 한 변의 길이가 50m로 측정됐는데, 마찬가지로 여러 무덤이 모인 연접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석촌동 1호분이 남분과 북분이 서로 연접된 양상이 파악된 바 있다. 발굴팀은 이 적석총들이 북쪽부터 시작해 동쪽, 서쪽, 남쪽 방향으로 확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적석총 외곽에 딸린 제의시설에서는 금귀고리와 달개 장식, 토기, 철제 낫, 기와, 유리구슬, 동물 뼈 등 30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고고학계 일각에서는 기와가 나온 점을 주목해 빈전이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백제의 경우 왕이나 왕비가 죽으면 2년 3개월 동안 시신을 빈전에 모시고 상례를 치른 뒤 매장하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백제의 빈전은 충남 공주시 정지산 유적이 유일하다. 이곳은 천도 이후 조성된 것으로 한성백제시대 빈전도 따로 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발굴단 관계자는 “대규모 적석총의 규모나 출토 유물을 감안할 때 이곳이 한성백제의 왕릉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