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개봉하는 화제의 재난영화 ‘판도라’ 박정우 감독
‘판도라’는 국내 원전 폭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담은 영화다. 박정우 감독 은 “투자부터 배우 캐스팅, 개봉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영화에는 초유의 재난 앞에 흔들리는 국가 컨트롤타워와 2차 폭발을 막기 위해 목숨 걸고 뛰어드는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은 영화 속 폐허가 된 현장에서 재혁(김남길)과 더불어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여준 발전소 소장 평섭(정진영). NEW 제공
원전이라는 소재가 민감하고 정부 비판적 메시지도 있다 보니 박 감독 주변에서 여러 얘기가 들려왔다. 박 감독은 “한 정부기관에선 주인공 이름을 바꾼 것까지 알고 있을 정도였다”며 “그만큼 감독, 배우 모두 신중하게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4년 전 그가 연출한 재난영화 ‘연가시’는 451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흥행에 비교적 성공해서인지, 차기작도 재난영화다. 스케일은 더 커졌다. 연가시는 46억 원이 들었는데 판도라엔 155억 원이 투입됐다.
이번 영화를 위해 원전의 운영 원리부터 원전 현황, 안전성 논란까지 자료 조사에 가장 공을 들였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그 위험성을 체감했다”면서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우리도 마냥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고, 최근 경주 지진이 몇 차례 지나가면서 더욱 걱정이 커졌다”고 전했다.
“제 시나리오의 현실성이 높아지니까 주변에선 ‘영화 흥행엔 좋은 거 아니냐’고 하는데 기분이 씁쓸하더라고요. 4년 전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사건 사고를 지켜봤는데, 늘 달라지는 것 없이 반복돼요. 재난이 생기면 정부는 늘 우왕좌왕하고요. 몇 년 전 시나리오가 아직까지 고칠 것 없이 유효하다는 게 참 안타깝죠.”
관객들이 올해 적잖은 재난영화를 접한 만큼 이번 영화에 대해 ‘기존 영화와의 차별화가 힘들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감독은 관객들이 익숙해진 재난영화의 진부한 공식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뻔하지 않으려고 참 많이 애썼어요. 무엇보다 ‘모든 게 정부 탓’이라는 뻔한 접근법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도 손쓸 수 없는 재난 이상의 ‘재앙’을 담으려 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시국에 대한 발언으로 먼저 주목받았는데, 이젠 영화에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