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상훈 광신철강㈜ 대표
누구나 싸고 쉽게 골프를 칠 수 있는 날이 오는 것, 그게 이상훈 대표의 꿈이다.
안영식 전문기자
이상훈 광신철강㈜ 대표(63)의 휴대전화에 있는 글이다. 그는 이를 보며 매일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30년 전인 1986년. 틈날 때마다 오전 3시에 일어나 골프백 놓은 순서대로 치는 6홀 퍼블릭코스인 ‘1, 2, 3 골프장’으로 향했다. 골프백 두 개를 적당한 간격으로 세워 놓고 연속으로 12홀을 돌았다. 타고난 운동신경(태권도 4단) 덕분에 2년 만에 견고한 싱글 골퍼가 됐다. 하지만 1993년 뇌중풍으로 쓰러지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2년 만에 기적적으로 재활에 성공한 그에게 골프는 최고의 운동이자 즐거움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지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골프만 한 게 없단다.
“나는 골프 칠 때 카트를 안 탄다. 잔디밭을 6, 7km 걷는 셈이다. 그리고 3년 전부터는 한 달에 25일쯤 골프를 친다. 60세가 넘으니, 주변 사람들이 무척 소중한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골프장은 그들과 정을 나누는 즐거운 놀이터다.”
바쁜 기업인이 어떻게 한 달에 골프를 25번이나 칠 수 있을까.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30년 가까이 내가 직접 영업을 뛰고 야근 현장도 지켰다.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각종 결재 등 내 업무는 오전 10시 이전에 끝난다. 내가 오후까지 회사에 있으면 직원들이 오히려 불편해한다. 그래서 오후에 주로 회사 주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다. 세금 2만5000원만 내면 되는 회원권을 갖고 있는데 동반자도 할인을 받기 때문에 n분의 1로 쳐도 10만 원이면 족하다. 그래서인지 나랑 골프 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웃음).”
그의 집 방 하나는 작은 헬스클럽이다. 러닝머신, 실내 사이클 등 각종 운동기구가 잘 갖춰져 있다. 따분함은 벽에 설치한 45인치 TV로 해결한다. 라운드 당일에는 골프장에 일찍 도착해 연습 볼 1박스를 치며 워밍업을 하고, 30분 이상 퍼팅 연습도 한다.
“욕심만 안 내면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는 긴장되고 몸이 덜 풀린 첫 홀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긴 파4가 첫 홀인 경우에는 티샷 후 남은 거리가 멀어도 절대 우드를 잡지 않는다. 두 번째 샷은 아이언으로 그린 언저리까지 가볍게 친 뒤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승부를 본다. 골프는 멘털 스포츠다. 첫 홀을 더블보기 이상으로 시작하면 그날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이상훈 대표는 외환위기도 특유의 집념과 신용으로 이겨냈다. 광신철강은 경기 화성시에서 국내 최대 철판 가공 시어링 공장을 가동 중이다. 철골 소부재(H빔을 연결하는 금속판) 생산에서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외환위기 사태로 부도난 건설업체로부터 13억 원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자산을 정리해 내가 발행한 어음은 다 막았다. 그때의 신용으로 동종 업체보다 싼 가격으로 철판 원자재를 납품받고 있다. 고객의 요구(단가, 품질, 납기일)를 딱 맞춰 주기 때문에 우리 제품을 서로 쓰려고 한다. 거래처 200여 곳의 주문량을 조절하는 게 일이다.”
골프광인 이 대표의 소망은 무엇일까,
“매력적인 운동인 골프가 더욱 대중화되는 것이다. 그린피가 싸져야 가능한데, 지금처럼 회원제 골프장에 엄청난 종합토지세를 부과하는 한 불가능하다. 체육시설인 골프장이 종토세를 내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대만, 딱 2곳뿐이라고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