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국제부 기자
민족, 종교,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품는 이런 모술의 전통은 현대까지도 이어졌다.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아랍인과 소수 민족인 쿠르드인, 아르메니아인, 야지디인 등은 평화롭게 공존했다. 종교적으로 이슬람교가 다수였지만 기독교 등 다른 종교를 믿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모술의 기독교도들은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인구 비율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의사, 법조인, 교수 등을 배출하며 두드러지는 사회 진출을 보였다. ‘선지자 요나의 무덤’과 ‘성 엘리야 수도원’ 같은 기독교 유적들도 잘 보존돼 있었다. 다문화가 공존하며 유전 개발에 힘입어 경제적으로도 넉넉했던 모술은 이라크의 롤 모델, 나아가 중동의 롤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술 출신으로 ‘사담의 도시’를 쓴 작가 마흐무드 사이드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나는 아직도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며 IS 점령 뒤 악화된 모술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근 모술에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IS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을 계기로 정부군이 대대적인 탈환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모술을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겠다는 이라크 정부의 의지도 굳건하다. 특히 모술을 탈환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다른 IS 거점 지역의 ‘해방 뒤 모습’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와디 알 바티 주한 이라크대사도 최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술 탈환과 정상화는 이라크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꼭 성공적인 모습으로 모술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04년 미국과의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를 돕기 위해 모술 인근 아르빌에 자이툰부대를 파병한 인연을 갖고 있다. 2008년 철수하기 전까지 자이툰부대는 재건과 의료 사업을 활발히 벌였다. 한국이 모술의 정상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중동 외교뿐 아니라 국제 인권 증진 차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모술의 파괴자가 인류 최악의 범죄 집단 중 하나로 꼽히는 IS이기 때문이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