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올해도 무사히 김장을 마쳤다. 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우선 도쿄에 사는 동생네 보낼 김치들을 따로 비닐 포장해서 박스에 담는다. 버릇처럼 황색 박스 테이프를 꺼내려는데 아버지께서 우체국에 가면 된다고 한마디하신다. 2년 전부터인가 해외로 발송하는 김장김치들이 발효돼 터지는 사고를 막고자 우체국에서는 사각 캔처럼 생긴 포장 용기를 비치해 두었고 무게에 따라 그 용기를 사서 담고 송장만 부치면 된다. 그전까지만 해도 비닐 포장한 김치를 박스에 담고 넓은 테이프로 단단히 두르고 둘러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김장을 마친 후 내가 해야 할 일은 부모님이 미리 우체국에서 가져다 놓은 EMS로 보낼 김치 박스에 붙일 송장을 쓰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
문구용품 중에서 풀이나 테이프 등 접착(接着)의 역사는 7만 년 전 남아프리카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돌조각을 목제 손잡이에 붙여 만든 무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현재와 유사한 형태로 ‘찢어진 책이나 다른 가정용품을 수선하는 데’ 3M의 테이프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때는 1940년대 초.
학교든 집이든 사무실이든, 테이프들은 약속된 장소 어딘가에 갖추고 있는 게 좋겠다. 접착을 해야 할 일이 수시로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테이프가 가장 많이 팔리는 때는 선물 포장이 필요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때라고 한다.
조경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