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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스마트폰 ①] 스마트폰 3위 굳힌 ‘화웨이’, 삼성∙애플도 위협

입력 | 2016-11-30 10:57:00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처음 만난 건 2013년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부스를 살피다가 우연히 중국 기업들의 스마트폰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화웨이였다.

기억이 다소 흐릿해지기는 했지만, 그때 살펴본 제품이 ‘아센드 메이트’로 화면만 큰 지극히 평범함, 아니 다소 수준 낮은 스마트폰이었다. 가격이 낮은 편이었는데, 가성비를 고려해도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국내 제조사보다 최소 2~3년은 뒤떨어져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삼년이 지났다. 존재감 없던 화웨이는 어느새 스마트폰 출하량 글로벌 3위의 제조사가 되었다. 2014년에는 국내에 진출해 드문드문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더니, 최근엔 프리미엄폰 ‘P9’의 출시도 알렸다. 더는 중국이라고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삼성, 애플도 긴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한때 국내서 가장 자주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샤오미였다.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힘을 잃었다. 기술력 부족으로 중국을 벗어날 수 없었던 한계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화웨이는 다르다. 이미 글로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3위 스마트폰 제조사


스마트폰 출하량 조사에 있어 공신력을 지닌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분기별 자료를 보면 화웨이는 2015년 2분기부터 글로벌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올라서게 된다.

▲ 글로벌 스마트폰 분기별 출하량 (자료출처 : SA)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는 삼성전자, 애플, LG전자가 3강 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LG전자는 어느새 사라지고 한때 폭발적으로 성장한 샤오미와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가 3위에 이름을 올리더니 지금은 화웨이가 그 자리를 꿰찼다. 샤오미와 레노보 모두 중국 기업 오포에도 밀려 순위에서 이름이 사라진 상태다.

샤오미는 해외 진출을 하지 않았음에도 중국 내수만으로 글로벌 3위에 반짝 오른 적 있다. 하지만 중국이 제아무리 큰 시장이라도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기술력 부족으로 해외 진출도 여의치 않았다.

반면 화웨이는 1년 넘게 글로벌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차근차근 글로벌 시장으로 발을 넓혔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를 제법 쌓았으며,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이들 지역에서의 출하량은 매 분기 증가 추세다. 중국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해외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인다. 기초가 탄탄하다. 아직 1, 2위와의 격차는 제법 크지만, 브랜드 장벽에 막혀 부진한 미국 시장 공략만 성공한다면 현재의 시장 판도도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크워크 시장 점령 넘어, 스마트폰 시장 본격 접수?

화웨이는 1988년 화시전자로 시작해 현재는 중국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 공급업체로 성장했다. 본사는 광둥 성 선전시에 자리 잡고 있다. 1997년 해외 진출을 시작했으며, 현재 170여 개 국가에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1/3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고 화웨이는 밝힌다.

사실 초기 통신 시장 공략은 여의치 않았다. 통신 표준이 미국, 유럽 중심인 데다, 노키아, 에릭슨, 시스코 등 쟁쟁한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다소 다른 전략을 취했다. 선발 업체들과 같이 도시 지역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이들이 소홀히 하는 농촌 지역을 공략한 것. 그 결과 화웨이는 이들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바탕으로 성장동력을 일궈냈다. 화웨이에서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캐리어 네트워크 사업분야다.

▲ 화웨이 본사 (출처: 위키피디아)


2015년 매출은 6080만 달러, 전체 직원 수는 17만 명에 달하는 화웨이는 비상장 기업이다. 조직체계가 독특한데, 직원들이 기업에 대한 책임과 혜택을 공유하는 종업원 지주제도(ESOP)를 실시하고 있다. 창업자인 런 정페이가 가진 지분은 약 1.4%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약 8만 명의 전현직 직원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는 6개월씩 돌아가며 맡는 순환제 형태로 운영된다. 이사회의 감독하에 3명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화웨가 가장 중시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체 기술 개발이다. 창사 이래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전 직원의 45%가 엔지니어인 것도 기술을 중시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덕에 화웨이는 현재 가장 많은 특허를 등록하는 기업 중의 하나다. 참고로 화웨이의 2015년 연구개발 비중이 15%였다. 삼성전자는 매출액의 7.4% 수준이었으며, 애플은 이보다 더 낮은 3.8% 수준이다.

화웨이의 사업분야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캐리어 네트워크, 엔터프라이즈, 컨슈머가 그것이다. 캐리어 네트워크는 유선, 무선 네트워크, 이동통신 분야를 다루며, 엔터프라이즈는 IT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 등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 컨슈머는 스마트폰을 포함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게 되는 단말기를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은 2010년 첫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큰 두각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2015년부터 점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다양한 전략을 펼치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우선 고급화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폰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에 출시되는 ‘P9’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삼성전자 마케팅을 모방한 결과이기도 하다. 화웨이는 초기 저가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하지만 점점 이미지 개선을 통해 고급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또한 저가 제품으로 인지도와 점유율을 올린 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판매하기도 한다. 국내의 경우 화웨이는 2014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P9은 처음 출시하는 프리미엄폰이다.

타켓팅 전략으로 아프리카 및 중독 지역으로의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럽 및 남태평양 지역까지 확장했다. 이들 지역의 판매량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샤오미에서 많이 쓰던 헝거 마케팅도 활용한다. 해당 시간에 한정 수량 판매하는 방식이다. 화웨이롱야오에서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이런 다양한 전략을 통해 화웨이는 이른 시간에 글로벌 3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었지만, 그 근간은 기술력이다. 중국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이 ‘짝퉁’이다. 샤오미는 애플을 모방해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독자 기술력이 없이 해외 진출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다르다. 삼성전자, 애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태우 기자 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