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과 자긍심 강화는 장점
▽유모 교사(54)=책을 처음 봤을 때 디자인은 확실히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깔끔하다.
▽박모 교사(51·여)=동감이다. 그림과 사진이 많은 건 좋아 보였다. 다만 사진이 본문 사이에 유기적으로 녹아 있지 않고 한 페이지에 따로 모아놓은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
▽조한주 서울국제고 교사(51·여)=한국사는 학생에게 자국에 대한 인식을 교육하는 것이란 면에서 긍지를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을 강화한 건 장점으로 보였다. 일제강점기를 가르칠 때 아이들이 울분을 토하고 우울해하는데, 우리 역사에 변절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독립을 위해 힘쓴 이가 많다는 걸 보여준 점이 좋았다. 한국에 고통과 종속의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발전을 위한 노력이 있었단 점을 같이 다룬 건 개선된 대목이다.
▽유=정부가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좌우의 생각을 같이 넣어 나름대로 균형을 찾으려 애쓴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경제성장의 긍정적인 면만 너무 부각한 것 같다. 역사는 자부심만 고취시키는 과목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고쳐 나가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로 보였다.
▽조=미국 영국도 자국 역사책에서 일부러 빼는 부분이 있다. 미국은 사회주의 계통을 생략하고, 영국은 왕실이 아파하는 명예혁명 같은 걸 드러내지 않는다. 왜곡이라기보단 취사선택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 출발부터 잘못된 선택-콘텐츠도 한계
▽유=사회와 역사의 흐름에서 봤을 때 국정이란 건 맞지 않는다. 역사는 팩트의 문제라기보다 팩트를 보는 해석의 문제다. 어렵게 검인정 체제로 왔는데 이를 역행하는 조치였다.
▽조=현대사의 대한민국 수립 부분은 모든 역사 교사가 다 문제로 느낄 것이다.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시발점부터 서술이 그렇게 돼버리면 전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교사들도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뉴라이트 학자들의 소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을 하긴 힘들 것 같다.
▽박=전체 분량에서 시대별 균형이 깨졌다는 느낌이다. 고대사가 늘어난 반면 조선 후기 설명은 많이 줄었다. 오늘날 영향을 많이 끼친 사건들은 조선 후기 임진왜란 이후부터인데, 임란 이후 사회 경제 발전 과정의 설명이 크게 부족하다.
▽유=서술을 보며 흐름이 뚝뚝 끊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컨대 이승만 정부가 성립됐다고 하고, 바로 헌법에 대한 이야기 나오고, 그 다음 제헌헌법 이야기가 나와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잘 이해할지 고민을 덜 한 것 같다.
○ 국정만 가르치긴 곤란
▽유=역사학계가 좌편향 됐을 거란 생각은 (정부의) 콤플렉스 같다. 지금 학생들은 김일성, 김정일에 관한 글이나 사진을 보여줘도 객관적으로 볼 줄 알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엔 김구만 독립운동을 한 줄 알았지만 지금은 사회주의 사상을 받아들인 독립운동가도 많았다는 걸 안다. 그걸 좌편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부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야말로 역사 왜곡 아닌가.
▽조=역사적 사고력과 판단력, 비판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게 역사 교육의 목적이라면 국정 교과서가 더 풍부한 팩트를 담아야 한다고 본다. 지금 내용만으로는 다양한 토론이 어렵다.
▽박=국정 교과서는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만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역사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것이고 다양한 관점을 열어놓는 게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국·검정 혼용이 좋다고 본다. 국정만 고집한다면 논란 부분은 안 가르치든지 교사 차원에서 다른 관점이 있다는 걸 같이 제시해야 할 것 같다.
임우선 imsun@donga.com·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