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논설위원
야권 단일, 1위 후보 될 듯
정 전 비서관과의 차이는 단순한 ‘문고리 심부름꾼’이 아니라 전두환 정권 출범과 수성(守成)을 기획한 ‘5공 디자이너’였다는 점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에는 보좌진과 관료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줬다. 허화평의 파워가 막강할 수밖에 없었다. 후임 노태우 대통령 때 허화평 같은 실세가 박철언(74)이다. 직책도 ‘대통령비서실 정책담당보좌관’으로 비슷하다.
현재로선 차기 대통령 자리에 가장 가까이 간 듯한 문재인은 어떤가. ‘정치는 생물’이지만 그가 차기 대선에서 야권의 단일, 또는 1위 후보가 될 것이라고 나는 본다. 직전 대선의 2위 후보라는 타이틀은 ‘하늘이 내려주는’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초선 문재인’으로 불릴 정도로 정치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 대선의 2위 성적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로 부활한 친노(친노무현)와 진보좌파 세력이 ‘기획상품’으로 내세워 얻은 것이다.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을 지냈으나 노 전 대통령도 인정했듯, 태생적으로 정치와 안 맞는 사람이다. 야권의 율사 출신 의원은 “문재인은 노무현의 ‘새끼 변호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선배 변호사 사무실에서 동업을 시작한 초짜 변호사를 ‘새끼 변호사’라고 부른다. 대개 새끼 변호사는 몇 년 안 돼 독립해 나가지만, 문재인은 노무현 변호사가 정치에 뛰어들 때까지 사무실을 지켰다.
조기 대선 실시가 유력해지면서 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가 친노로부터 독립했는지,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진짜 오너인지 모르겠다. 지지율 1위 주자답지 않게 불안하고 선동적이다. 박 대통령에게 ‘군 통수권까지 내놓으라’는 위헌적인 주장을 하더니, ‘시민사회 세력과 비상기구를 만들어 전국적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래서 ‘국민주권운동본부’를 급조했지만, 무슨 정치적 동력을 얻기라도 했는가.
정치 경험이 깊지 않은 데다 ‘정치적 홀로서기’가 불확실하면 특정 인사에 의존하기 쉽다. 아직도 그가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에 휘둘리고 3철 중에서도 노무현 정권의 ‘기자실 대못’ 정책을 주도했던 양정철의 말발이 가장 세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러다 ‘문재인의 최순실은 누구인가’라는 말이 나올까봐 겁난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