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협회 40돌 맞은 김쾌정 회장
한국박물관협회 창립 40주년(12월 15일)을 앞두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김쾌정 협회장. 그는 “이제는 한국의 박물관들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장(69)은 “시국이 어지럽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이 지쳐 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 박물관을 찾으면 숨 한번 고르는 ‘마음의 휴식처’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박물관협회가 올해 40돌을 맞았다. 협회 창립 당시에는 전국 박물관을 다 합쳐서 50곳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전국에 1000곳 이상 생겼다. 박물관협회는 김 회장이 직접 제안하고 키워 온 단체다.
그는 “이제는 각 박물관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국립박물관들을 비롯해 3대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 삼성미술관리움 호림박물관이 지금까지는 소장품 수를 늘리는 데 치중했지만 지금은 전시 기획이나 전시 방법에 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박물관에서 소장품 목록을 책으로 펴내는 도록 하나를 만들어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이나 가독성, 기록으로서의 가치 등을 꼼꼼하게 따져 수준 높은 도록이 나오고 있더군요.”
박물관이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요즘의 추세다.
“책에서만 배우는 것보다 체험학습을 강조하는 최근의 교육 흐름을 박물관이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어린이 박물관이 따로 생겼고, 많은 박물관에서 단순히 소장품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유물을 직접 만들어 보거나 하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요즘 세계 어딜 가든 방문지의 박물관을 꼭 둘러본다.
“세계 어딜 가서 봐도 똑같은 유물은 단 한 점도 없습니다. 모든 게 달라요. 수많은 전시품이 또 각각의 역사와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박물관이 ‘공감’의 기능을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인천에 있는 이민사(移民史)박물관에 갔다가 당시 사람들의 처절함이 느껴져서 눈시울이 붉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과거와의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박물관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박물관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