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무인기 제작 현장을 가다
이스라엘 하이파에 위치한 엘빗시스템 본사에서 직원이 헤르메스 450 드론을 조립하고 있다. 엘빗 측은 보안을 이유로 촬영을 허락하지 않다가 기자의 거듭된 요청에 겨우 사진 촬영을 허가했다. 하이파=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IAI 정문의 몸 수색은 국제공항보다 엄격했다. 취재도 쉽지 않았다. 보안 요원이 취재 일정 내내 감시했고 제품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려고 하면 바로 제지했다.
○ 무인기 기술력 세계 최고
2만 km² 남짓한 국토 면적에 인구는 800만 명도 안 되는 이스라엘이지만 유명한 드론 업체만 7, 8개에 달한다. 이스라엘 주식시장은 물론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된 IAI와 엘빗을 비롯해 에어로노틱스 블루버드 에어로센티널 콘트롭 엘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찰용 무인기, 공격용 무인기, 무인 수상 함정 등 거의 전 분야의 군사용 드론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회사인 IAI는 1953년 설립됐다. 군사용 드론 외에도 전투기, 민간 항공기, 미사일, 항공 전자 시스템 등 군수 분야를 총괄하는 국영 방산업체로 직원은 1만6000명, 연 매출은 34억4000만 달러(약 4조180억 원)다.
현재 IAI는 세계 50개국에 군사용 드론을 수출하고 있고 있으며 한국도 주요 수출 대상국이다. 한국은 1999년 IAI의 서처와 하피를, 올해 초에는 헤론을 도입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서처 1대는 50억 원, 헤론은 100억 원이 넘는다. 올해 초 도입한 3대의 헤론은 현재 서해 5도 정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끊임없는 전쟁이 드론 강국의 비결
현존하는 군사용 드론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엘빗시스템의 ‘헤르메스 900’. 엘빗시스템 제공
헤르메스 900은 길이 8.3m, 날개 길이 15m, 이륙 중량 1.1t의 제원에, 최고 속도 시속 220km의 성능을 지녔다. 최고 높이 9.14km 상공에서 최대 30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중(中)고도 장기 체공 드론이다. 육상과 해상의 동시 정찰이 가능하고 임무 전환이 쉬운 데다 미사일 발사 및 타격 플랫폼으로도 쓰일 수 있다. 이에 한국군이 올해 초 헤론을 도입했을 때 왜 7년 전 개발된 헤르메스 900 대신 20년 전 개발된 헤론을 도입했느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랜 태이버 엘빗시스템 아시아 비즈니스 부책임자는 “이스라엘이 무인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게 된 것은 주변 이슬람 국가와의 끝 모를 싸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973년 10월 6일 욤키푸르(속죄의 날) 축제 때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습 공격에 전쟁 초반 비틀거렸던 기억이 이스라엘의 무인기 개발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과 지형, 형세 공통점 많아
올해 초 한국이 도입한 IAI의 군사 정찰용 드론 ‘헤론’. 대당 가격이 100억 원에 달한다. IAI 제공
이스라엘 바셀라우프 에어로센티널 최고경영자(41)는 “한국과 이스라엘은 군사 무인기 분야에서 협력할 공간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평지 대신 크고 작은 산이 많아 고개 너머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한 근접 정찰용 무인기는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라는 것. 그는 “수십만 명이 지키는 한국 휴전선도 이제는 1000여 대의 무인기로 대체해야 한다”라며 “이때 정찰에 드는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오태영 KOTRA 텔아비브 무역관장은 “군사용 드론의 중심이 정찰용에서 공격용, 전투용으로 옮겨 가고 있다”라며 “한국 정부와 기업도 무인 전투기(UCAV)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전쟁은 ‘사람 없는 전장’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큰데 200만 대군이 대치하는 한반도는 어느 지역보다도 군사용 드론의 수요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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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는 “군사용 드론은 고성능 센서, 전자 항법 장치, 정밀 영상 기술, 고속 디지털 통신 기술 등 우주항공 핵심 기술과도 연관성이 크다”라며 “차세대 핵심 먹거리인 군사용 드론 시장에 ‘올인’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로드·하이파·텔아비브=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