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넷플릭스, '다운로드'라는 무기를 꺼내다

입력 | 2016-12-01 14:21:00


[칼럼] 15. 넷플릭스 영화와 TV쇼 다운로드 기능을 꺼낸 이유는 뭘까?

12월 1일, 미국 시간으로는 11월 30일 넷플릭스가 전 세계 190개국에 'Offline-Viewing(다운로드)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출처=IT동아)


물론, 이 기능은 흔한 기능입니다. 대부분의 TVOD(단품 결제해서 보는 영화/TV 서비스 - 대표적으로 iTunes, Movies & TV on Google Play)에서는 기본적으로 제공하던 기능이지요.

아마존은 작년 9월 일본에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미국에서도 이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아마존은 아직 글로벌 사업자가 아닙니다. 인도와 네덜란드에 서비스 출시를 준비중이며, 내년에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서비스 지역을 전 세계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아마존이 Offline Viewing은 프라임 고객에게 최초로 제공했습니다>(출처=IT동아)


그렇다면, 아마존이 최초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본 Docomo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U-Next'가 최초입니다. 일본에서는 데이터 사용량 자체는 무제한이지만, 3일 동안 1GB만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많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과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트래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초로 Offline Viewing(구독형 서비스인 SVOD 한정)를 선보인 U-Next>(출처=IT동아)


최초로 Offline Viewing 기능을 제공한 일본의 U-Next를 Amazon이 벤치마킹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지난 3월 미국 로스가토스 넷플릭스 본사에서 열린 데어데블 시즌2 글로벌 출시 행사 때, 인도의 기자가 리드 헤이스팅스 CEO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왜 넷플릭스는 Offline Viewing을 지원하지 않는가? 실시간으로 영화와 TV쇼를 볼 만큼 뛰어난 무선 인터넷 환경을 갖춘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

헤이스팅스는 "전 세계에 많은 Wi-Fi가 있다. 심지어 비행기 속에서도 Wi-Fi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그 부분이 확산될 수 있게 노력.."이라고 얼버무렸죠.

사실 넷플릭스가 먼저 꺼낸 카드는 '데이터 세이버(절약)' 기능이었습니다.

1GB의 트래픽으로 4시간까지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이었죠. 그런데 이 기능을 AT&T 고객들을 대상으로 A/B Test 하다가 발각되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Low 옵션이 없었습니다>(출처=IT동아)


하지만 3G 네트워크 위주인 동남아 지역과 TV 퍼스트가 아닌 지역(미국, 유럽을 제외하면 대부분 모바일이 콘텐츠 시청을 위한 주요 기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에서는 여전히 오프라인 시청 기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 여름부터 넷플릭스가 다운로드 기능을 테스트 중이라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심지어 3분기 IR에서는 직접 다운로드 기능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곧 다운로드 기능이 출시되겠구나 했는데, 이번 발표와 함께 안드로이드와 iOS에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 저도 업데이트 통해 넷플릭스의 다운로드 기능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시청 기능을 알린 넷플릭스>(출처=IT동아)


<저장 가능한 동영상이라는 메뉴가 생겼습니다>(출처=IT동아)


모든 콘텐츠가 다운로드는 되지 않아, 화질과 저장공간도 변수

1) 모든 영상이 다운로드되진 않는다. 오리지널 및 예전 콘텐츠 위주로 다운로드 가능

일단 모든 넷플릭스 영상을 다운로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저장 가능한 동영상이라는 메뉴가 따로 생겼습니다. 저장 가능한 동영상 메뉴에 접속하거나, 저장하길 원하는 콘텐츠를 일일이 눌러봐야 다운로드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TV쇼는 사진과 같이 에피소드 단위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지정생존자는 운 좋게도 다운로드 가능하네요>(출처=IT동아)


2) 화질은 포기해야, 보통 SD급이나 일부 기기는 HD급으로로 가능

HD 화질은 몇몇 기기에서는 포기하셔야 합니다. 동영상 길이 1시간을 기준으로 200~230MB 정도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상을 재생해보니 화질이 그리 나쁜 수준은 아녔습니다. 모바일에서는 SD 화질도 결코 나쁘지 않으니까요.

일부 고성능 안드로이드 및 iOS 기기는 고화질(HD)로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1시간 기준 400MB 정도의 용량을 차지합니다. 스탠다드의 딱 2배죠.

<영화 한편당 400메가를 넘지 않습니다>(출처=IT동아)


<iOS및 일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고화질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합니다>(출처=IT동아)


3) 외장 메모리는 지원하지 않는다, 일부 Intel  프로세서를 탑재한 Android 기기도 지원 불가

<콘텐츠는 내장 메모리에만 저장할 수 있습니다>(출처=IT동아)


콘텐츠 저장 시 외장 메모리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구글의 기준을 따르는 듯합니다.

인텔 계열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다운로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또, 윈도우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PC도 다운로드 기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추후 지원되기를 기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는 Android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4) 저작권을 계승. 다른 국가에서 시청할 수 없는 콘텐츠는 다운로드해도 볼 수 없어


DRM 및 저작권자들과의 협의 때문에 외장 메모리에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기능은 막은 듯 합니다.

또한 다운로드 기능도 지역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정 국가에서 다운로드한 콘텐츠를 다른 국가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비행기 모드로 바꾸셔야 합니다. (물론 두 국가에서 모두 서비스하는 콘텐츠는 인터넷에 연결해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없는 콘텐츠인 Let's go to Prison은 미국에서 재생할 수 없습니다>(출처=IT동아)


인터넷 취약 지역에서 모바일 OTT 간의 싸움이 점점 격렬해진다

간단하게 분석해 보았습니다만, 이제는 비행기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행기 모드로 다운로드 기능을 테스트해보니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아도 다운로드 콘텐츠를 정상적으로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SVOD(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들에게는 이제 콘텐츠 저작권자와 오프라인 시청 기능에 관한 협상까지 해야 한다는 이슈가 생겼습니다. 이 기능은 강력한 DRM과 관련 노하우가 없으면 쉽게 제공할 수 없는 기능입니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사업자니까 이렇게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넷플릭스의 첫 번째 무기가 추천 시스템, 두 번째 무기가 오리지널 콘텐츠였다면, 이제 세 번째 무기는 오프라인 시청(다운로드 기능)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오프라인 시청 기능 자체는 처음 설명한 것처럼 넷플릭스가 처음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에 오프라인 시청 기능을 제공한 것은 넷플릭스가 처음입니다. 유일하기도 하지요. 비싼 무선 데이터 요금 때문에 모바일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던 인터넷 취약 지역 사용자들을 넷플릭스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내년에는 이동통신사들이 '제로 레이팅(특정 서비스에 한해 데이터 사용 요금을 받지 않음)'을 무기로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거대 이동통신사 AT&T는 자사의 DirecTV Now에 제로 레이팅을 도입했습니다.

이동통신사와 달리 데이터 트래픽을 컨트롤할 수 없는 넷플릭스 입장에선 제로 레이팅과 경쟁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다운로드 기능을 통해 넷플릭스의 올해 4분기 실적이 어떻게 변할지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Tivo(Rov)i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글 / IT칼럼니스트 김조한(kim.zohan@gmail.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