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성진 부회장 승진… 10대 기업 첫 ‘고졸 출신’ CEO
“후배들이 하얀색 터틀넥을 권해서 입었는데 어울리나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H&A사업본부장이던 11월 17일 공식석상에서는 처음으로 입은 터틀넥을 만지며 공기청정기 신제품 발표회를 시작했다. 변화를 수용하고 즐길 줄 아는 조 부회장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화라고 LG전자 임직원들은 말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이날 내놓은 2017년도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방안을 통해 기존 3인 공동대표 체제를 1인 CEO 체제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로써 H&A사업본부장(사장)으로 LG전자 가전사업만 책임지던 조 부회장은 휴대전화 부문 등 LG전자 전체 사업을 이끌게 됐다. ‘흙수저 논쟁’이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조 부회장이 이룬 ‘고졸 출신 샐러리맨의 신화’가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 노력하면 학벌에 관계없이
조 부회장은 입사 후 야간 대학을 1년 정도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일과 공부를 양립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일을 선택했다. 조 부회장은 “학력을 높이기보다 일을 먼저 완성도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제품 개발하는 쪽에 전력을 다했다”며 “지나고 보니 학력은 사람 능력치의 20%도 안 된다고 느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조 부회장이 개발을 이끈 세탁기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는 지금까지 미국 세탁기 시장의 주류를 전자동에서 드럼으로 바꾼 계기가 됐다고 평가받는다.
말투에도 조 부회장의 노력은 고스란히 묻어난다. 충남 보령 출신이지만 말투에는 일본식 억양과 LG전자 공장이 있는 경남 창원 사투리가 묻어 있다. 1980년대 일본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 특산품을 싸들고 일본 기업을 낮밤으로 찾아다닌 경험, 2014년 H&A사업본부장 부임 후 일주일 중 절반은 창원공장에서 임직원들과 현장을 챙기면서 생긴 습관이다.
○ 가전 1등 DNA를 스마트폰·자동차부품에도
40년 직장생활 중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조 부회장이 2014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 박람회(IFA) 중에 경쟁사인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돼 출국금지까지 당했던 에피소드도 유명한 얘깃거리다. 이 사건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 부회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LG전자 CEO로서 가전제품뿐 아니라 자동차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 스마트폰 사업을 벌이는 MC사업본부 등을 이끌게 됐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 빌트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1등 DNA’를 다른 사업에서도 발휘하길 바라는 회사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LG 세탁기를 세계 1등으로 만든 뚝심과 인간적이고 편안한 리더라는 점이 이번 인사에서 높이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서동일 dong@donga.com·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