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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탄핵열기 보면 바뀔것”… 비박설득 촛불에 기댄 야권

입력 | 2016-12-02 03:00:00

[혼돈의 탄핵정국]탄핵안 ‘2일 발의-5일 의결’ 추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1일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공동발의에 합의했다. 하지만 야권 정치력 부재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부터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돌발 회동’을 해 야권 탄핵 공조는 오락가락했다. 야 3당은 2일 탄핵안을 공동 발의해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5일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마음을 탄핵 찬성으로 되돌리기 위해 의지할 것은 광장의 촛불 민심뿐”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정당 밖 박 대통령 즉각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눈치를 보며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 야 3당 긴박한 하루

 야권은 1일 탄핵안 발의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추 대표는 김 전 대표와의 조찬 회동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박계 의원들이 9일에도 탄핵 추진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2일이나 9일 탄핵안 처리가 모두 불투명하다면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고,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2일 탄핵안 처리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새누리당 비박 진영과 국민의당이 전원 찬성할 것으로 확신할 수 없고, 탄핵안 처리를 미루는 사이 청와대가 어떤 국면 전환을 꾀할지 모른다”며 “9일까지 기다리면 탄핵 동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고 배경을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비토를 놨다.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도중 박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안 2일 처리’를 제안했지만 “탄핵은 발의가 목적이 아니라 가결이 목적”이라는 거절의 말을 들어야 했다. 두 야당 대표가 시급한 시점에 주도권 다툼을 한 것이다. 결국 2일 탄핵안 처리는 무산됐다.

○ 박지원의 ‘회군’

 이날 오전 박 위원장이 ‘탄핵안 2일 처리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보도된 뒤 국민의당 당사와 의원들에게는 ‘새누리당 2중대냐’ 같은 조롱 섞인 비난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쇄도했다.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박 위원장은 각각 비난 문자메시지를 2000통, 1000통 넘게 받았다고 한다.

  다급해진 국민의당은 본회의 종료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즉각 발의→2일 본회의 보고→5일 본회의 열어 처리’라는 중재안을 도출했다. 그전까지 “탄핵은 가결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던 박 위원장도 뜻을 굽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탄핵 공조로 복귀한 게 중요할 뿐”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2일 탄핵안 공동발의도 성사될지 미지수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72시간 내 처리가 안 되면 폐기된다. 이 때문에 5일 본회의 개회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2일 발의는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야권 주요 대선주자들도 탄핵안 2일 처리 무산의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을 무산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며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다. 퇴진 일정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자격도 없는 새누리당이 탄핵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대통령 퇴진 일정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 “거의 환란에 가까운 이 국정 위기 앞에서도 자신과 당파의 이해를 재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에 국민은 절망한다”며 “즉각 탄핵을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탄핵안 처리 강행 배경은

 새누리당 비박계마저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대선’에 공감하며 탄핵안 가결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민주당이 탄핵안 처리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촛불 민심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3일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이 최고조에 달할 텐데 국민의당이나 새누리당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며 “탄핵안이 부결되면 새누리당은 해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의원은 “전략도 없고 피해의식만 가득하다”고 탄식했다.

 그러나 부결의 후폭풍이 새누리당에만 미친다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하고, 문 전 대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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