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탄핵정국]대선향방 변수될 대통령 퇴진시점
심각한 이정현-정진석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본회의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 4월 조기 퇴진,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뉴스1
○ 4월 말 퇴진 6월 말 대선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4∼6개월은 걸린다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의 추산에 비춰 보더라도 4월 말은 가장 빠른 시점인 셈이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되고 야당이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몰려 여당과 퇴진 로드맵 협상을 벌인다면 이보다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1월 말 퇴진 3월 말 대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에게 제시했다는 시점은 1월 말 퇴진이었다. 이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시한인 1월 30일과 관련이 있다. 야권이 헌재를 탐문해 보니 박 소장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면 자신의 임기 중에 결정을 내릴 의지가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2일 탄핵안 처리는 무산됐지만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5일이나 본회의가 예정된 9일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1월 말까지 헌재가 심사할 기간이 대략 50일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통과에서 헌재 결정까지 걸린 63일보다 13일이나 짧다.
내년 1월 말 퇴진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가장 유리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거 자체가 여론조사 성향을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 3월 초 퇴진 5월 초 대선
5일 또는 9일 야권이 탄핵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부결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탄핵 부결의 책임을 국회에 묻는 여론이 급격히 커져 여야가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탄핵안을 재발의해 처리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가 3월 초 퇴진 5월 초 대선이다.
이 시나리오는 3월 13일 퇴임 예정인 이정미 헌법재판관과 관련이 있다. 여야가 9일로 막을 내리는 정기국회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면 빨라도 이달 중순은 넘어야 탄핵안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헌재가 박 소장의 임기 내 탄핵 여부를 결정하기는 시간이 촉박해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면 헌법재판관이 9명에서 7명으로 줄기 전인 3월 13일 전까지는 탄핵 결정이 이뤄진다고 상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여권 일각에선 상징성이 있는 날을 택해 박 대통령이 퇴임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장도 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사임 날짜는 탄핵(의 헌재 결정)보다는 빨라야 한다”며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날(내년 2월 25일)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럴 경우 대선은 4월 30일 이전에 치르게 된다. 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를 꺼리니 야권이 반대하지 않는 총리를 국회가 추천해 청문회까지 마치는 시간 등을 감안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치권 원로들 사이에서는 내년 8월 15일 광복절에 신임 대통령 취임식을 해서 새로운 정부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임기 단축의 의미가 작아 여론의 호응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9일 탄핵안이 가결 처리된다면 헌재의 결정이 언제 날지가 향후 정치 일정을 결정하게 된다. 헌재가 정치 상황과 민심의 향배를 보면서 결정 시기를 잡을 것으로 보이지만 극단적인 경우 심리를 훈시 규정인 180일 이상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여권이 퇴진 시점을 제시한 이상 개헌을 통한 대통령의 임기 단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민동용 mindy@donga.com·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