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쓰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남녀의 사랑을 여성 작가는 여성(왼쪽 사진), 남성 작가는 남성 입장에서 썼다. 동아일보DB
‘냉정과 열정 사이’의 남자 주인공 준세이는 미술품 복원가로 일하며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이다. 고미술품 복원을 통해 미래의 누군가와 소통하는 직업과 비슷하게, 예술적 감성을 교감했던 과거의 여인 아오이와의 약속을 잊지 못한 채 미래에 대한 갈림길에서 오래도록 방황한다. 추억으로 가슴앓이하며 미련하게 미래의 약속을 기다리는 지루한 사람으로.
남녀 작가가 각각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를 쓴 이 소설은 서로에게 10년의 세월은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것인 양 두 주인공이 다시 만나 약속을 완성하며 끝난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고지순한 약속이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사랑이라는 요소가 있었기에 10년이라는 기다림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게 당연했던 것 같다.
수세기 전 만든 작품에 후대의 우리가 여전히 감동하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시키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10년이라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준세이와 아오이의 감정이 유지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사랑할 수 있다면 누구나 시간을 초월해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김주원 발레리나·성신여대 교수
김주원 발레리나·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