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지의 150여 개 롯데 점포와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현지 공장에 일제히 세무조사와 소방안전·위생조사를 하고 있다. 특정 외국 기업을 찍어 무차별 조사한다는 것은 롯데가 자사 소유의 경북 성주 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제공한 데 대한 보복성이 짙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드라마 등 프로그램 방영과 한국 연예인의 광고 출연을 전면 금지하는 ‘한류 제한령’에 이어 한국행 단체 관광객 규제 조치까지 할 태세다.
지난달 남미 페루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앞으로 더 문을 열고 경제적 자유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천명했다. 외교적 사안에 불만이 있다고 민간기업에 치졸하게 보복하는 식으로 국제무역 질서를 흔들어 대면서 자유무역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보복을 하는 정부에 어떤 외국기업이 믿고 투자를 하겠는가.
김장수 주중대사는 군 출신으로 사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김 대사의 96차례 공식 활동 가운데 중국 인사 면담은 27차례, 그것도 한반도 정세 관련 면담은 13차례에 그쳤다. 중국 측이 안 만나 준다고 주저앉아 있을 게 아니라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