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vs 퇴진’ 혼돈의 정국]조기퇴진-탄핵 갈림길
심각한 비박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 시점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오른쪽부터 새누리당 권성동, 유승민, 정병국, 나경원 의원. 뉴스1
○ 박 대통령, 조기 퇴진 어떻게 선언할까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정확한 퇴진 시점을 밝히고 2선 후퇴를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이때까지 퇴진 시점을 공식화하지 않으면 9일 탄핵안 처리에 동참하겠다는 ‘최후통첩’이다. 야권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여당 비주류가 ‘진퇴 문제 국회 일임’을 선언한 박 대통령에게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이번 주초에는 허 정무수석이 새누리당 초선의원 모임 간사인 박완수 의원에게 박 대통령과 초선의원들 간 회동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초 이번 주말 회동을 추진하려 했으나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해명을 내놓는 자리여선 곤란하다”는 일부 의원의 문제 제기로 성사되진 않았다.
새누리당 내에선 박 대통령이 일부 의원을 만나 조기 퇴진을 공식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황영철 의원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의원들 간 만남은 필요하지만 퇴진 시점과 퇴진 이후 로드맵 같은 중요한 문제는 정식 담화를 통해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퇴진 시점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없는 데다 (비주류가 설정한) 7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탄핵 무산 후폭풍’엔 “나 떨고 있니?”
박 대통령이 다음 주 ‘4월 조기 퇴진’을 공식화하더라도 비주류의 고민이 모두 풀리는 건 아니다. 비주류는 박 대통령의 퇴진 선언과 함께 여야 협상을 탄핵안 불참 조건으로 내걸었다. 야권은 이미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선언하든 말든 탄핵안 처리를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여야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주류가 9일 탄핵안 처리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이 기자들을 만나 “(비주류가) 탄핵을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데, 그건 오해”라고 적극 해명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두언 전 의원은 이날 “탄핵안이 부결되면 비주류가 똥바가지를 뒤집어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연락처가 인터넷에 유출된 이후 의원들에겐 하루 1000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 탄핵안을 통과시키라는 압박이다. 지역 민심도 좋지 않아 상당수 의원은 주말에도 지역구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여야 간 퇴진 협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비주류가 기댈 곳은 역설적으로 박 대통령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선언과 함께 국민의 분노를 어느 정도 풀어주지 못한다면 비주류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