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특검]역대 특검과 정치권 영향 대북송금 특검, 여당서 내분 초래… 동교동계-친노 갈라서는 계기돼 최순실 특검, 차기 대선 좌우 가능성… 혐의 입증따라 여야 한쪽은 치명타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비단 청와대뿐만이 아니다. 특검의 수사기간은 최대 120일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대선은 상반기 중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결국 대선 레이스와 같은 기간에 펼쳐지는 특검은 당연히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물론 여야가 특검의 활동을 주시하는 이유다.
‘전방위 수사’ 예고한 최순실 특검, 파장은?
민주당의 한 변호사 출신 의원은 이같이 전망했다. 야당은 내부적으로 특검 수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 특검이 야당 추천 인사인 데다 세월호 7시간 의혹, 최태민 씨 관련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들여다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박 특검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검사를 특검에 합류시킨 것을 두고도 야당 의원들의 환영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도 감지된다. 야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비판까지 무릅쓰면서 특검에서의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만약 특검이 박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여권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대선이 ‘특검이 좌지우지하는 대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검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수사 결과가 유출되거나, 박 대통령 대면 조사 등 ‘빅 이벤트’로 인해 대선 레이스가 특검 공방전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조기 대선으로 인해 가뜩이나 대선 기간이 짧은 상황에서 각 후보의 인물, 정책 검증은 사라지고 특검으로부터 촉발된 정치적 공방으로 대선판이 흘러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검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옷 로비 사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1차례 활동했다.
이 중 가장 큰 정치적 파장을 불러왔다고 평가받는 특검은 2001년부터 2002년까지 활동했던 ‘이용호 게이트’ 특검이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은 G&G그룹 회장 이용호 씨의 횡령 및 주가 조작 혐의로 시작해 이후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파헤쳤다. 이 과정에서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이 구속되면서 신 총장은 옷을 벗었다. 당시 특검의 하이라이트는 현직 대통령 아들의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특검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DJ)의 아들 홍업 씨의 비리 정황을 포착했고, 결국 홍업 씨는 구속됐다.
임기 마지막 해, 대통령 아들의 구속은 정치적 파장이 컸다. DJ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당시 DJ뿐만 아니라 이희호 여사도 매우 괴로워했고, 레임덕을 피할 수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대북 송금 특검의 정치적 영향력은 2015년까지도 이어졌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지원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문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때 대북 송금 특검을 했고, DJ가 투석까지 했다”라고 몰아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