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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침묵’ 김기춘이 주도 의혹

입력 | 2016-12-03 03:00:00

[최순실 게이트]故김영한 前수석 수첩에 지시 기록
“자료제출 불가” 등 적혀 있어… 靑 공식 답변서 문구에도 등장
‘정윤회 문건유출’ 조기종결도 지시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수첩. 왼쪽 윗부분 長(장)이라고 적힌 옆 부분에 세월호 이슈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채널A 제공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동선은 기밀’이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런 기조의 배경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advice 청와대는 숨어야. 검증 시에도 특정 직책은 no comment(노코멘트)’라고 적혀 있다. 세월호 참사 석 달째인 2014년 7월 17일에 적힌 이 문구 옆에는 김 전 비서실장을 뜻하는 ‘長’이 표시돼 있다. ‘답변서 작성’이란 글 옆에는 ‘기침 취침 집무, 경내 계신 곳이 집무 장소, 경호상 알지도 알려고도 않는다, 자료 제출 不可(불가)’ 등이 있다. 이는 청와대의 공식 답변서에도 그대로 등장하는 문구다. 김 전 실장이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해명하라는 사회 각계 요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으로 불거진 ‘비선 실세’ 논란에 대한 입장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2월 13일 기록을 보면 김 전 실장은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조기 종결을 지시했다. 수첩에는 ‘과거에는 모두 이권개입, 부정부패 사례였음. 부정부패와는 무관. 안보 관련 비밀 유출 사례도 아님. 황색지의 작태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임. 온 나라가 들끓을 사안이 아님’이라고 쓰여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과 청와대가 본질은 놔두고 사태 진화에만 매달리다 정작 비선 실세의 몸통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기회를 놓쳤고 ‘최순실 사태’까지 이르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언론 동향 및 보도 방향에 대해 주시한 흔적도 곳곳에 묻어난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매체에 대해서는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누구의 지시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6월 16일자에 적힌 ‘KBS 이길영 이사장’ 아래에는 ‘움직일 수’ ‘동기生’이라고 적혀 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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