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일(현지 시간)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하고, 헌법에 따라 국정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을 우려한다는 그는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한 달 남았다”며 퇴임 후 한국 지도자들과 지인들, 가족과 논의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 총장이 헌법에 따른 국정 정상화를 언급한 것은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퇴진은 헌법에 따라 즉각 하야(68조 2항, 71조)나 탄핵(65조)으로 이뤄지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글로벌 스탠더드다. 대통령이 퇴진 시기를 밝히고 ‘시한부 대통령’으로 연명하는 것이 ‘리걸 마인드’를 지닌 서구에 이상하게 비칠 수 있음을 의식한 발언 같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반 총장으로선 탄핵소추 이후 대선까지 5, 6개월의 시간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 헌법을 언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언명(言明)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측근인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은 지난달 귀국해 정치권 인사는 물론이고 충청권 인사들까지 접촉해 정국 동향과 대선 향배 등을 듣고 있다. 반 총장을 지지하는 전국 단위 산악회도 1일 출범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탄핵하든,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선언하든 내년 상반기 대선은 불가피해졌다. 반 총장이 어떤 정파를 택하든 대선 시계가 빨라진 만큼 이제는 출마 여부 정도는 밝히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