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실세 민원성 SOC사업 증액… 비공개 심사 통해 나눠먹기 논란 R&D-과학-국방예산은 삭감
국회가 3일 새벽에 400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막판 비공개 심사를 통해 지역구 관련 선심성 예산을 대거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여론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여야가 정부 예산을 나눠 먹기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일 동아일보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7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선심성 지역구 예산이 7410억 원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이 증액된 선심성 지역구 사업 314개 중 182개(1663억 원)는 애초 정부 원안에 없었다. 이 사업들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예산 증액 사업 대부분은 함양∼울산고속도로(150억 원 증액), 서해선 복선전철(650억 원 증액)처럼 의원들의 의정활동 홍보자료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었다. 특히 여야 지도부 및 대선 주자들의 지역구 예산이 대폭 늘어나 ‘실세 챙기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 논란에 대해 예산을 담당하는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정상적인 국회 심의 과정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비밀리에 불요불급한 정부사업 예산을 깎아 지역구 선심성 예산으로 돌리는 것은 예산심의권의 남용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을 증액할 사업을 비공개로 심사하다 보니 외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모든 예산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