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취임 1년 돌아보니…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상명하복에 익숙한 조직에 구체적 지시를 내리지 않아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아일보DB
지난 주말 기자와 만난 국립현대미술관(국현) 한 직원의 토로다. 5일 바르토메우 마리 국현 관장(50)이 취임 1년 간담회를 연다. 스페인 출신의 마리 관장은 취임 전 ‘서울대와 홍익대 출신으로 갈라진 한국 미술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국내 현실을 파악하지 못해 세월만 허송할 것’이라는 우려를 함께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경
2014년 10월 정형민 전 관장이 자신의 서울대 제자를 학예연구사로 부당 채용해 검찰 수사를 받고 경질된 뒤 국현 관장은 예산 결정권과 구성원 인사권을 모두 잃은 빈껍데기 수장이 됐다. 양 교수는 “직원 인사권을 갖지 못한 미술관장은 해외 어떤 유수 미술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서구의 대형 미술관은 국가 또는 공익재단의 예산 지원을 받는 독립 법인 조직으로 출범했다. 운영위원회 또는 이사진이 관장을 선임하고 회기별 직무 평가로 유임을 결정한다. 영국 런던 테이트미술관 니컬러스 세로타 총관장은 28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글렌 로리 관장은 21년간 자리를 지키며 ‘한 시대’를 구축했다. 반면 1969년 정부 산하 기관으로 만들어진 국현 관장 임기는 3년. 정부가 공모해 관장을 임명한다. 1986년 과천관, 1998년 덕수궁관, 2013년 서울관이 마련되면서 규모가 확대됐지만 그에 걸맞은 운영체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운영 자율성 확보를 위한 국현의 독립법인화 논의는 제기될 때마다 흐지부지됐다. 서울의 한 대형 갤러리 대표 A 씨는 “국현의 2급 단장직 자리가 유지되길 원하는 문체부 구성원들의 계산, 공무원 입지를 잃고 싶지 않은 과천관 직원들의 반대가 국현의 독립법인화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퇴직한 국현 전 직원 B 씨는 “한국 미술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국현 법인화’에 대해 입도 뻥긋 말아야 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묵계”라고 했다.
서울관을 개관하며 필요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계약직만으로 임시조직을 구성한 것도 현장 실무에서 책임과 의욕을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으로 꼽혔다. 서울관 직원은 대부분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해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3년 전 ‘국현 중장기발전계획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양건열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엇이 문제인지 다들 알면서도 변화를 피하는 게 국현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